[비즈&라이프] 사상최대 적자서 최고 실적으로…위기의 히타치호 구한 '최후의 남자'
히타치제작소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일본 경제의 개혁을 주도한 대표 기업으로 손꼽힌다. 2008회계연도 일본 제조업 사상 최대인 7873억엔의 적자를 기록한 지 2년 만에 ‘V자’ 회복에 성공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2년 사이 히타치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던 걸까.

‘히타치제작소 가와무라 개혁 2000일, 이단아들의 결단’은 가와무라 다카시 전 회장이 계열사 고문에서 복귀해 히타치 사장과 회장으로 있는 동안 진행됐던 회사의 변화와 부활을 생생하게 기록한 책이다.

이 책은 가와무라 전 회장을 ‘최후의 남자(라스트 맨)’로 부르고 있다. 이는 그의 별명이자 경영철학이기도 하다. 가와무라 전 회장이 ‘라스트 맨’을 가슴에 새긴 데는 두 가지 특별한 경험이 있었다. 히타치공장 디자인 과장 시절. 그는 선배 와타모리 쓰토무 공장장으로부터 다음과 같은 얘기를 듣게 된다. “내가 창문을 등지고 앉아 있는 것은 단순히 폼을 잡으려는 것이 아니다. 이 공장이 무너질 경우 최후까지 공장을 지킨 뒤 창을 걷어차고 나갈 것이다.” 위기의 순간에도 끝까지 남아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당부의 말이었다.

1999년 홋카이도 출장길에 죽음의 문턱까지 간 사건도 가와무라 전 회장에게 ‘라스트 맨’이란 단어를 다시 떠올리게 했다. 가와무라 당시 부사장이 탄 비행기가 칼을 든 괴한에게 납치됐다. 범인은 조종사를 칼로 찌르고 조종석을 빼앗았다. 당시 비번으로 쉬고 있던 조종사가 승객의 도움으로 범인을 제압한 뒤 급강하하던 항공기를 돌려 구사일생으로 살아났다. 비번 조종사는 납치된 비행기의 ‘라스트 맨’이었다.

2009년 가와무라 전 회장도 위기의 히타치호를 구하기 위해 조종대를 잡았다. 이단아들의 결단으로 과감한 구조조정이 이어졌다. 전자업체에서 ‘사회 인프라 기업’으로 탈바꿈해가는 히타치의 모습이 이 책에 생생하게 담겨 있다.

도쿄=서정환 특파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