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올라도 내려도 수익 낼 수 있다
국제 유가의 움직임에 투자하는 상품이 다양해지고 있다. 유가가 오를 때는 물론 내릴 때와 박스권에 갇혀 있을 때도 수익을 낼 수 있는 상품들이 등장하고 있다. 유가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상장지수펀드(ETF), 원유값이 계약시점보다 40~50% 이상 떨어지지 않으면 연 7~8% 안팎의 수익을 얻는 파생연계증권(DLS) 등 기존 상품으론 어려웠던 역발상 투자전략을 펼 수 있게 됐다는 설명이다.

◆유가 역방향 상품 첫 등장

유가, 올라도 내려도 수익 낼 수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제 유가와 연동하는 상장지수증권(ETN) 두 종목이 15일부터 상장된다. 관심을 끄는 상품은 서부텍사스원유(WTI)의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신한 인버스 WTI 원유선물’이다. 국내 시장에 원유값과 거꾸로 움직이는 상품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한 브렌트원유 선물’도 같은 날 상장된다. 브렌트유의 움직임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상품으로 WTI 가격과 연계한 기존 원유 ETF와 수익구조가 비슷하다.

신규 상품의 등장으로 개인투자자들이 쓸 수 있는 투자전략도 한층 다양해졌다. 유가 상승이 예견될 때는 WTI 가격을 그대로 따라가는 ETF인 ‘TIGER 원유선물(H)’이나 브렌트유 가격을 추종하는 ETN을 사면 된다. 유가 하락이 유력한 때는 인버스 WTI ETN이 대안이다. WTI 가격이 5% 내렸다고 가정하면 이 종목의 가격은 반대로 5% 올라간다.

◆“기름값 방향 몰라도 수익 실현”

국제 유가가 바닥을 다졌다는 판단이 설 때는 원유 DLS를 활용하는 게 정석이다. 유가가 상승했을 때는 물론 20~30%가량 원유값이 떨어져도 약속된 원리금을 받을 수 있어서다. 인버스 WTI ETN을 소액 매수하면 혹시 모를 국제 유가 폭락 국면에서 손실을 줄일 수 있다. DLS가 손실을 낼 만큼 유가가 떨어지면 인버스 상품에선 100% 안팎의 수익이 난다.

유가 변동에 따른 위험을 최소화하고 싶다면 브렌트유 정방향 ETN, WTI 역방향 ETN에 같은 금액을 투자하는 전략을 고려해볼 만하다. 방향성이 동일한 원유 상품을 사고판 것인 만큼 유가 변동에 따른 위험을 100% 분산할 수 있게 된다. 수익의 비밀은 매달 한 번씩 다음달 상품으로 갈아탈 때 발생하는 비용 차이에 있다. 지난 10년간 데이터를 보면 WTI 선물을 차근월물로 바꿀 땐 월평균 0.94%, 브렌트유 선물을 교체할 땐 0.42%의 비용이 발생했다.

WTI에 비해 브렌트유의 보관비용이 덜 들기 때문에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난다. 브렌트유 선물이 대부분 현물보다 강세를 띠고, 반대로 WTI 선물은 현물보다 가격이 저렴하게 형성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새 상품 두 가지를 동시에 사면 두 상품의 선·현물 차이에 따른 차익을 얻을 수 있다. 이 전략을 2006년 이후 꾸준히 써왔다면 연평균 5.55%(ETN 수수료 제외 땐 5.31%)의 수익을 낼 수 있었다는 게 신한금융투자의 설명이다. 윤채성 신한금융투자 에쿼티파생팀장은 “뉴욕상업거래소가 거래량을 늘리기 위해 대놓고 홍보할 만큼 시장에서 검증을 거친 투자전략”이라며 “요즘처럼 국제 유가의 단기 변동폭이 클 때는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