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납액이 30억원대인 A씨는 서울 서초동의 부인 명의 고급빌라에 거주하고 고가 외제승용차를 타고 다니며 골프를 즐기는 등 호화생활을 했다. A씨의 숨긴 재산을 추적하던 국세청은 A씨의 가사도우미가 손지갑을 들고 밖으로 나가는 것을 붙잡았다.

가사도우미 손지갑에는 1억원짜리 수표 등 현금이 들어 있었다. 거실에 있는 A씨의 가방과 장롱에서는 수천만원 현금이 뭉텅이로 발견되기도 했다.

국세청은 체납액이 수십억~수백억원에 이르는 데도 호화생활을 즐기던 상습·고액 체납자 5000여명으로부터 지난해 1조4028억원의 세금을 징수했다고 9일 발표했다. A씨 사례처럼 부인 명의로 부동산, 미술품 등을 보유하거나 유령회사를 설립해 재산을 은닉하는가 하면 차명계좌를 통해 돈을 빼돌리는 등 수법도 다양했다.

사회적으로 명망 있는 고미술품 수집·감정가인 B씨는 10억원대 세금을 체납했다. 그럼에도 B씨는 부인 명의의 박물관을 실질적으로 운영하며 고미술품 감정·경매를 주도하는 등 활발하게 활동했다.

국세청은 B씨에 대한 정보를 입수하고 관람객으로 가장해 탐문, B씨가 해당 박물관의 실질 소유주임을 확인하고 전시된 중국 원나라 도자기 등 12점의 도자기를 압류했다. 또 섬유수출업체 대표가 차명계좌로 부인 명의의 고가 아파트 2채를 취득한 사실을 적발해 수십억원의 체납액을 징수하기도 했다.

세종=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