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프런티어] "4G론 IoT 감당 못해…1000배 빠른 5G 개척"
스마트폰 이후의 성장 동력에 대해 많은 사람이 사물인터넷(IoT)을 꼽는다. 우리 주변을 둘러싼 모든 사물이 인터넷으로 연결돼 편리한 삶을 구현하는 것이 IoT다. 문제는 수십억개의 사물을 인터넷에 연결하고 실시간으로 통신하기 위해선 지금보다 통신 속도가 훨씬 빨라야 한다는 점이다.

자율주행 자동차를 예로 들어 보자. 일상적인 교통상황에는 자동차가 쉽게 대응할 수 있지만 복잡한 상황에서는 중앙 서버의 축적된 데이터를 활용해 상황에 맞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통신 속도가 충분히 빠르지 않다면 자율주행 자동차는 사고를 피할 수 없다.

4세대(4G) 이동통신인 LTE의 속도로는 IoT를 충분히 감당할 수 없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국을 포함한 정보기술(IT) 선진국에서 5세대(5G) 이동통신 연구를 활발하게 진행하는 이유다.

◆미개척 주파수로 5G 구현

한국의 5G 이동통신 연구를 이끄는 기관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다. 방승찬 ETRI 무선전송연구부장(사진)은 미개척 주파수인 30~300㎓의 밀리미터파(파장이 1~10㎜)를 5G 이동통신에 활용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기존 이동통신에 주로 사용됐던 6㎓ 이하 주파수 대역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는 만큼 새 주파수대를 서둘러 개척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문제는 파장이 짧은 밀리미터파는 건물과 사람은 물론 비 등 날씨에도 영향을 받는다는 데 있다. 방 부장은 이 같은 문제를 기지국 안테나 수를 늘리는 방식으로 해결했다. 밀리미터파를 활용해 현재보다 1000배 빠른 초당 1기가비트(Gbps) 속도의 5G 이동통신을 구현하는 게 무선전송연구팀의 목표다.

그는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때 밀리미터파를 활용한 기지국을 세우고 초다시점 영상, 홀로그램 등을 시연하는 게 목표”라고 소개했다. 초다시점 영상은 입체영상으로 홀로그램과 비슷한 효과를 내는 기술이다.

◆한국 이동통신 역사의 산증인

방 부장은 지난해 12월 미래창조과학부로부터 한국공학상을 받았다. 2세대 부호분할다중접속(CDMA), 3세대 광대역부호분할다중접속(WCDMA), 4세대 LTE 이동통신 표준 및 시스템 개발 등 이동통신 분야에서 국가 기술력을 끌어올린 공로를 인정받아서다.

한국은 CDMA 기술 상용화에 힘입어 이동통신 강국으로 부상할 수 있었다. CDMA는 아날로그를 디지털 방식으로 바꾼 2세대 통신 표준이다.

당시 퀄컴에서 무선 기술을 도입하고 여기에 한국의 유선통신 기술을 결합해 기지국 네트워크를 활용한 CDMA 통신을 상용화했다. 이후 WCDMA와 LTE 기술 등을 개발했다. CDMA 개발 당시 말단 연구원이던 방 부장은 5G 연구 책임자가 됐다.

방 부장이 처음부터 국책기관에서 일한 것은 아니다. 첫 직장생활은 LG전자 전신인 금성사에서 시작했다.

하지만 돈을 버는 것보다 순수하게 연구에 매진하고 싶었던 그는 ETRI가 이동통신을 연구한다는 소식에 직장을 옮겼다. ETRI는 안정적인 연구 환경을 제공했고 그는 한국 이동통신 기술 발전에 초석을 놓았다.

방 부장은 ETRI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와이브로 기술이 천덕꾸러기가 된 데 대해 아쉬움을 보였다. LTE에 앞서 2006년 상용화한 4G 와이브로는 차세대 초고속 이동통신기술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다른 나라들이 와이브로 도입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표준 경쟁에서 밀려났다. 그는 “와이브로는 기술이 아닌 세력 싸움에서 밀린 것”이라며 “이제는 표준을 주도한다고 떠들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해야 많은 우군을 얻어 협력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전=박병종 기자 dda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