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점심시간, 서울 강남역 모 편입학원 근처 식당가는 혼자 밥을 먹는 사람들(혼밥족)들로 가득했다. 시간을 아끼고 비용을 절약하기 위해 혼자 밥을 먹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외식업계는 1인 식당 같은 독특한 컨셉트를 내세워 혼밥족들을 공략하고 있다. 서울시내 혼자서도 편안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는 1인 식당을 찾아봤다.

◆ 이찌멘, 방해받지 않고 조용히 밥을 먹고 싶은 혼밥족
혼밥족들에게 인기있는 이유를 알겠어~  1인식당 1인노래방 1인미용실 등 싱글슈머 시장 급성장
신촌역 1번 출구로 나와 조금 걷다보면 빨간 등불이 걸린 일본식 라멘집 이찌멘이 보인다. 식당에 들어서자 1인석과 2인석이 나눠진 입구가 나온다. 1인석에는 독서실 책상이 연상되는 칸막이가 설치된 기다란 테이블이 놓여있다.

무인 식권발매기를 이용, 결제를 한 뒤 자리에 앉았다. 테이블 위에 설치된 벨을 누르자 종업원이 식권을 받아갔다. 10분 후 종업원은 음식을 내왔다. 테이블 위 빨간 천 가리개를 내려줬다. 음식을 주문하고 먹기까지 종업원의 얼굴도, 목소리도 확인할 수 없었다.

손님들은 익숙한 모습으로 자리에 앉아 벨을 누르고 아무말 없이 핸드폰을 뒤적거리거나 책을 읽었다.
/'이찌멘' 1인석에서 바라보는 2인석의 풍경
/'이찌멘' 1인석에서 바라보는 2인석의 풍경
건너편 2인석에서 사람들의 말소리가 들렸다. 1인석에는 밥 먹는 소리와 정적만 흘렀다. 앞과 옆이 다 가려진 채 밥을 먹으니 혼자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 곳에서 만난 김준희 씨(28)는 “혼자서 조용히 밥을 먹고 싶을 때 자주 온다” 며 “시간이 부족한 취업준비생들이나 졸업생들이 자주 찾는 것 같다”고 말했다.

◆ 싸움의 고수, 혼자 보쌈을 먹고 싶은 혼밥족
/ 수육과 흰밥, 된장국이 나오는 1인보쌈-小 사이즈
/ 수육과 흰밥, 된장국이 나오는 1인보쌈-小 사이즈
혼밥 마니아인 대학생 K씨는 “혼자 있을 때 가장 서러운 점이 2인 이상 시켜야 되는 보쌈이나 고기 같은 음식을 먹지 못할 때”라고 털어놨다.

신림동에 위치한 '싸움의 고수'는 혼밥족들에게 유명한 보쌈집이다. 보쌈 메뉴는 보통 2인 기준인 반면 이 곳의 주 메뉴는 1인 보쌈이다. 혼자 보쌈을 먹어도 부담 없는 양이다. 가격도 착하다. 소는 4500원, 중과 대는 각각 6000원, 7500원. 흰쌀밥, 수육, 백김치, 미소된장국으로 알차게 구성됐다.
/신림에 위치한 '싸움의 고수'
/신림에 위치한 '싸움의 고수'
창업자인 '싸움의고수' P 대표는 “우리나라에선 혼자서 편하게 먹을 수 있는 식당이 부족한 것 같아 창업을 결심하게 됐다" 며 "신림동은 1인가구가 밀집한 주거지역이어서 퇴근시간에 들러 혼자 밥을 먹거나 포장을 해가는 회사원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1인 식당은 신촌, 홍대, 신림 등 1인 가구 비율이 높은 지역에 밀집돼 있다.

◆ 음식사진을 공유하고 싶은 혼밥족들을 위한 SNS

진정한 혼밥족들은 1인 식당이 아니더라도 혼자 일반 식당에 가서 밥을 먹고 SNS에 자신이 먹은 음식의 사진을 찍어 지인들과 공유한다.

'나혼자 먹는다' 앱은 혼밥족들끼리 음식사진을 올리고 혼자서 밥 먹기에 좋은 식당을 공유하는 이미지 기반 SNS다. 네명의 대학생(정수빈·장민혁·권혁·이상학)이 만들었다. 앱으로 날씨, 메뉴 장소에 따라 검색 할 수 있다. 혼밥족들이 각자 가본 식당을 추천하고, 메뉴를 소개하고 있다.
혼밥족들에게 인기있는 이유를 알겠어~  1인식당 1인노래방 1인미용실 등 싱글슈머 시장 급성장
기획자 정수빈 씨(27)는 “많은 현대인들이 밥 먹는 시간을 자신만의 시간으로 이용하기 시작하면서 혼밥족이 늘어나는 것 같다” 며 “앞으로는 혼자서 당당히 밥을 먹을 수 있는 문화가 자리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모두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 신분이지만 앱을 계속 보강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 1인가구 증가에 따른 사회적 변화

혼자서 밥 먹는 것이 익숙치 않은 우리나라 식문화에서 ‘혼밥’ 문화가 생긴 배경은 1인 가구 증가다. 통계청에 따르면 1인 가구 비율은 지난해 26.5%를 기록했다. 2035년에는 34.4%에 달할 전망이다. 1인 식당, 1인 노래방, 1인 미용실 등 싱글슈머(single+consumer)를 타깃으로 하는 다양한 서비스들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경닷컴 임지혜 인턴기자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