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선 마크로젠 회장이 서울 가산동 본사에서 창립 19년 만에 바뀐 새로운 기업통합이미지(CI)를 소개하고 있다. 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서정선 마크로젠 회장이 서울 가산동 본사에서 창립 19년 만에 바뀐 새로운 기업통합이미지(CI)를 소개하고 있다. 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Just send $5.’(5달러만 보내세요)

유전자 분석업체인 마크로젠은 2002년 세계적 학술지 네이처에 광고를 실었다. 유전자 분석 서비스를 5달러에 제공한다는 내용이었다. 15~20달러 수준인 유전자 분석서비스를 4분의 1 가격에 제공한다는 광고는 단박에 세계 각국 유전자 연구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지금까지 미국 브라질 등 104개국 1만4000명의 연구자가 마크로젠의 유전자 분석 서비스를 이용했다. 서정선 마크로젠 회장(63)은 “신약을 개발하는 제약사에서부터 미라를 연구하는 박물관, 곤충학자, 식물학자까지 유전자를 연구하는 곳이 모두 마크로젠의 고객”이라고 소개했다.

최초 코스닥 상장 바이오 벤처

서정선 마크로젠 회장 "15년 쌓은 빅데이터…유전자 분석 대중화 연다"
마크로젠은 1997년 서울대 의대 유전자이식연구소에서 학내 벤처로 출발했다.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 특정 유전자를 조작한 동물실험용 생쥐가 주요 사업 아이템이었다. 실험용 쥐는 종류에 따라 한 마리에 500만원에 달할 정도로 가격이 높았다. 주변에서 수익성이 높을 것이라며 회사 설립을 권했다. 실험용쥐 사업을 기반으로 2000년 코스닥에 상장했다. 바이오 벤처기업으로는 처음이었다. ‘바이오 열풍’에 액면가 500원짜리가 18만원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이내 위기가 찾아왔다. 유전자 치료제 개발이 주춤하면서 실험용 쥐 사업이 예상보다 성장하지 않았다. 서 회장은 “실험용 쥐 사업은 한 해 매출이 10억~20억원 수준이었다”고 했다.

성장이 지속가능한 신사업이 절실했다. 때마침 미국에서 ‘인간 게놈(유전자) 지도’가 완성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개인의 유전자 특성에 따라 치료할 수 있는 맞춤형 치료시대가 열린 것이다. 서 회장은 “치료제 개발 등이 활발해지면서 유전자 염기 서열을 분석하는 서비스 산업이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고 설명했다.

상장으로 확보한 500억원이 활로를 열어줬다. 대당 3억원에 이르는 유전자 분석 장비 20대를 한꺼번에 들여왔다. 현재 매출의 85% 이상을 유전자 정보 분석 사업에서 올리고 있다. 실험용 쥐 사업은 전체 매출의 1%에 불과하다.

일반인 대상 유전자분석 사업 추진

마크로젠의 글로벌 경쟁력은 파격적인 가격과 짧은 분석시간이다. 서 회장은 아시안 게놈 지도 등 자체 연구를 활발히 진행하면서 유전자 처리 공정 노하우를 쌓았다. 원가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유전자 분석 시약의 양을 줄이면서 데이터 정확도는 높여 가격경쟁력을 확보했다. 서 회장은 “해외로 눈을 돌려 유전자 정보 분석사업을 하지 않았다면 다른 바이오 벤처처럼 도태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 회장은 유전자 분석 분야에서도 ‘규모의 경제’가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유전자 분석 정보가 쌓일수록 경쟁력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유전자 정보는 치료제, 진단 기술 등 개발에 필요한 ‘자원’이라는 게 서 회장의 생각이다.

서 회장의 다음 관심 분야는 일반인 대상의 유전자 빅데이터 사업이다. 연구자 중심인 유전자 분석 서비스를 일반인에게 확대하는 것이다.

서 회장은 “마크로젠의 미국 실험실이 2013년 미국 정부로부터 상업적 유전자 분석 서비스를 할 수 있는 자격을 얻었다”며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불가능하지만 미국을 중심으로 일반 환자 대상 사업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