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조영남 기자j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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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세계 1위는 기록일 뿐
인천공항 지금 위기이자 기회
혁신 못하면 중국에 밀려 도태

30년 행정가의 친기업 마인드
창원시장 시절 기업사랑운동
31개 기업 1조원 투자유치

공항 주인은 항공사·입주업체
상주기업 만나 현장 목소리 챙겨
환승 시설 개선하고 인센티브 개편
지난달 환승객수 14% 늘어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지난 29일 개항 14주년을 맞아 조촐한 기념식을 열었다. 인천공항은 개항 당시와 비교하면 취항 항공사는 47개에서 89개로, 취항 도시는 109개에서 190개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공사의 매출과 당기순이익도 각각 연평균 9.7%, 15.3% 성장했다. 특히 인천공항이 경쟁 공항들과 가장 차별화된 분야는 서비스다. ‘공항 분야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세계 공항서비스 평가(ASQ·airport service quality)에서 2014년까지 10년 연속 1위를 지켰다. 이날 기념식은 인천공항의 이런 눈부신 성과를 자축하는 자리였지만 박완수 사장은 “서비스 세계 1위에 자만하면 미래는 없다”며 오히려 비상경영체제를 선언했다.

○비상경영 선언

박 사장은 “인천공항의 눈부신 성과가 장기적 발전에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대외적인 평가가 높다보니 현재 성과에 안주해 내부 혁신을 게을리한 것은 아닌지 되짚어봐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취임 후 공항의 전략과 비전을 새로 수립하고 조직문화에 열정과 긴장감을 불어넣는 작업을 추진한 것도 이런 이유다.

박 사장은 “중국이 현재 400개인 공항을 2030년까지 2000개로 늘리겠다고 발표하고, 일본도 항공 정책을 전면적으로 개편하면서 동북아 항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인천공항은 허브화 경쟁력이 오히려 뒷걸음질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천공항은 지난해 여객 수가 4551만명으로 전년보다 6.7% 증가했다. 그러나 매년 8~9%씩 증가하던 환승객 수는 720만명으로 6%나 줄었다. 동북아 허브를 지향하는 인천공항으로서는 위기의식을 갖지 않을 수 없다는 게 박 사장의 생각이다. 박 사장은 “환승객 증가율을 다시 9%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환승객 1000만명 시대를 앞당기겠다”고 강조했다.

○비판의견 수용해야 소통가능

[비즈&라이프] 박완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매주 경영회의 CCTV로 1100여명 직원에게 생중계
지난 30일 오전 인천공항청사 5층 사장실 옆 회의실. 박 사장은 11명의 간부직원들과 ‘주간 경영회의’를 하고 있었다. 같은 시간 각 부서 사무실에 있는 1100여명의 직원들도 책상에 있는 컴퓨터를 통해 ‘주간경영회의’를 시청했다. 박 사장은 이에 대해 “간부와 현장 직원들이 목표를 공유하고, 열린 소통의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직원들도 주간경영회의 생중계를 신선한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생중계 이후 사장의 메시지 등 회사 방침을 훨씬 신속히 전달받고 경영 전반에 대한 이해도도 높아졌다는 것이다. 회사 지침을 전달하기 위해 본부장과 처장, 팀장이 차례로 똑같은 내용의 회의를 하는 관행도 없어졌다. 그는 “창원시장 재직 시절 나를 가장 비판하고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던 시민단체와 언론사 담당자를 직접 간부회의에 초청해 자유롭게 발언하도록 하고 이를 직원들에게 생중계했다”며 “비판하는 의견도 수용해야만 소통과 협력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박 사장은 경남 창원시장을 세 번이나 지낸 행정 전문가다. 행정고시 출신으로 고급 공무원과 창원시장을 거쳐 인천공항 최고경영자(CEO)가 되는 등 이력이 화려하지만 삶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학창시절 집안 형편이 어려워 중학교와 고등학교 때 또래보다 입학이 늦었다. 대학 갈 형편이 못돼 마산수출자유지역의 전자회사에 입사했다. 5년간 주경야독한 끝에 대학교에 편입할 수 있었다. 재학 중 7급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지만 재학생이라는 이유로 임용되지 못했다. 대학 졸업 후 행정고시에 합격해 공직에 입문했지만 수습을 마친 뒤 다른 이들의 인사청탁에 밀려 1년 반 동안 보직을 받지 못하기도 했다. 박 사장은 “늘 남들보다 출발이 늦었다”며 “열정만큼은 누구보다 뜨거웠기 때문에 나름대로 성공적인 삶을 개척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편하게 장사하지 않겠다”

[비즈&라이프] 박완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매주 경영회의 CCTV로 1100여명 직원에게 생중계
박 사장은 “항공사가 데려오는 여행객을 상대로 편하게 장사하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항공사들은 피 말리는 원가 절감과 영업 전쟁을 벌이고 있는데, 공항공사도 상생발전하는 노력을 펼쳐야 여객 수요를 증대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부임 후 인천공항 고객인 항공사와 입주업체들과 만나 회의를 하고 상주기관 및 협력사 등 일선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들었다. 이를 통해 환승 인센티브 체계 및 환승객 증대방안을 개편하고 시설 개선과 운영 시스템 재구축에 나섰다. 그 결과 올해 3월부터는 환승객 수가 전년 동기 대비 14% 증가하며 회복 추세로 전환됐다.

박 사장은 행정관료 시절에도 확고한 친(親)기업 마인드를 가졌던 인물로 꼽힌다. 그는 2004년 창원시장 재임 당시 국내 지방자치단체로는 최초로 기업사랑운동을 창안해 덴소그룹 등 31개 기업을 유치했다. 이들의 투자금액이 1조원이 넘었다. 그는 이런 노하우를 살려 영종도 국제업무지구에 국내외 투자자를 유치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복합리조트를 건설해 신규 항공 수요를 창출하고 영종도 전체를 공항과 물류기지, 문화관광시설이 함께 모인 복합도시로 개발하기 위해서다. 박 사장은 “인천공항이 동북아 허브 경쟁력에서 앞서있는 만큼 영종도가 공항복합도시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은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고객서비스 직접 챙겨

박 사장은 매주 인천공항 홈페이지 ‘고객의 소리’ 게시판을 직접 읽는다. 고객이 제기한 불만사항에 대해서는 직접 처리를 지시하는 등 꼼꼼히 챙기고 있다. 공사 임직원뿐 아니라 인천공항 종사자 모두 친절 교육을 받도록 한 것도 ‘고객의 소리’ 게시판에서 제기된 불친절 관련 민원이 협력사 직원에 해당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을 파악했기 때문이다.

박 사장은 고객 서비스 못지않게 직원들의 고충 해결에도 열심이다. 부임 직후 협력사 임직원들이 참여하는 협의회를 열어 시설 개선과 휴식공간 확충 등을 추진했다. 수시로 현장을 방문해 여행객과 종사자의 입장에서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 직접 점검하고 있다. 일례로 개항 당시보다 환승객이 다섯 배 가까이 늘면서 공항 내 환승장이 혼잡해졌지만 시설 개선이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박 사장은 인근 여유 공간을 활용해 환승장을 대폭 확장하고 보안검색대를 추가로 설치하는 아이디어를 직접 내기도 했다. 또한 피크 타임대에 출발 여객의 차량이 몰리면서 정체가 극심했던 여객터미널 인접도로에 CCTV를 설치해 불법주차대행업체를 단속하고, 주차대행 부스 위치를 옮겨서 여객 불편을 해소하는 방안도 현장을 직접 분석하며 마련하기도 했다. 박 사장은 성공적인 삶을 살아온 비결에 대해 묻자 “기본과 본분에 충실할 것, 서로의 차이와 다름을 인정할 것 그리고 기업가 정신을 갖고 창조와 도전에 나설 것 등을 항상 마음속에 되새기고 있다”며 “개인이든 조직이든 이 세 가지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프로필

△1955년 경남 통영 출생 △1972년 마산공고 졸업 △1972년 동경전자 입사 △1979년 경남대 행정학과 졸업, 제23회 행정고시 합격 △1994~2000년 합천군수, 경상남도 농정국장·경제통상국장, 김해부시장 △2003~2004년 가야대 행정대학원장 △2004~2010년 창원시장 △2009~2013년 국제교육도시연합 아시아태평양네트워크 의장 △2011~2013년 세계생태교통연맹 초대의장 △2010~2014년 제1대 통합창원시 시장 △2014년 10월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영종도=김인완 기자 i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