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B 삼성 입사시험 가이드] 서울대·해외대학·직장인들도 '삼성고시' 열풍
#1. 지난 16일 오후 6시. 서울 마포구 서강대 K관 301호. 늦은 오후였지만 학생들이 삼삼오오 밀려들더니 이내 250석 강의실이 꽉 찼다. 빈자리가 없어 일부는 서서 강의를 들어야 했다. 삼성 입사시험인 삼성직무적성검사(SSAT)를 한 달 앞두고 이 대학 취업센터는 SSAT 특강을 마련했다. 나흘간 계속된 이 강의는 날마다 만원이었다.

#2. 지난 29일 일요일 오후 2시. 서울 강남의 한 취업전문학원 강의실. 삼성 입사 시험을 14일 앞두고 삼성 출신 강사가 1일 SSAT 유료 특강을 열었다. 강의를 맡은 홍기찬 씨는 영역별 핵심을 설명하면서 상식 영역에서 신문을 통해 확인해야 할 최근 시사상식도 짚어줬다. 범위는 ‘왝 더 독(wag the dog)’ 등 금융용어에서 최신과학이론인 양자역학까지 방대했다. 세 시간 동안 계속된 강의에도 도중에 강의실을 나간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전국이 ‘삼성 고시’ 열풍에 휩싸여 있다. SSAT가 내달 12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삼성은 올 하반기부터 직무적합성 평가를 통해 사실상 서류전형을 도입하기로 했다. 이로 인해 국내 대학생은 물론 해외 대학 출신과 심지어 직장인들까지 ‘마지막 삼성고시’를 노리고 있다. 시험은 국내 도시 5곳(서울·대전·광주·대구·부산)과 미국 뉴어크·로스앤젤레스(LA), 캐나다 토론토 등 100개 안팎의 고사장에서 일제히 치러질 예정이다.

SSAT 시험을 앞두고 각 대학은 비상이다. 서울대는 내달 2일 모의 SSAT 시험을 치른다. 80명을 선착순으로 모집했는데 이틀 만에 접수가 마감됐다. 고려대도 개강을 앞두고 지난 2월 말 나흘 동안 SSAT 특강을 열었다. 두 차례 모의고사와 영역별 전문강사의 특강으로 진행됐다. 동국대도 내달 1일에는 SSAT 파이널 특강을 계획 중이다. 성균관대는 30·31일 이틀간, 한국외국어대는 30일부터 나흘간 특강을 하고 있다. 국민대는 다음달 1일부터 7일간 ‘SSAT 쪽집게 보충특강’도 열 계획이다. 인영실 국민대 경력개발센터 부장은 “삼성 SSAT 특강은 항상 정원을 초과해서 신청이 들어온다”며 “학생들이 얼마나 절박한지 느꼈다”고 말했다.

SSAT 응시를 앞둔 취업준비생들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인문계 출신의 김모씨(26)는 “이번 SSAT가 세 번째”라며 “이공계는 고사장 한 반에서 1등 하면 붙고, 인문계는 고사장 한 층에서 1등 해야 붙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합격이 쉽지 않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직장인들도 ‘마지막 행렬’에 뛰어들고 있다. 외국계 기업에 다니는 이모씨(27)는 “3년차 직장인이지만 이직을 위해 SSAT를 준비하고 있다”며 “서류전형이 생기면 현직자들에게 불리할 것 같아 이번 기회를 노리고 있다”고 말했다. SSAT를 준비하는 외국 대학 출신도 적지 않다. 미국 아이오와주립대를 졸업한 김모씨(29)는 “대학을 외국에서 나와 취약한 일반상식 부분을 보충하기 위해 학원에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공태윤/김순신 기자 tru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