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려오는 유럽 자금, 빨아들일 종목은
유럽중앙은행(ECB)이 양적 완화 정책에 들어간 뒤 글로벌 자금이 유럽에 몰리고 있다. 유럽 경기 회복 기대도 크다. 이 같은 유럽의 부흥은 한국 증시에도 호재다. 유럽에서 넘쳐나는 자금 중 일부는 신흥국에 재투자되는데 한국 증시로 유입되는 규모도 작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유럽 내 소비와 수입이 늘면 수출 비중이 큰 한국 기업이 수혜를 입을 수 있다는 점도 기대를 키우는 요인이다.

◆증시 활력 몰고 온 유럽 자금

몰려오는 유럽 자금, 빨아들일 종목은
올 들어 한국 증시에 들어온 외국인 자금의 주축은 유럽계 자금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중장기적으로 3조원가량의 유럽계 자금이 한국 증시에 들어올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마주옥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유럽에서 늘어난 유동성 영향으로 한국 증시에서 유럽 자금의 바스켓 매수세(여러 종목을 묶어 한꺼번에 사는 것)가 강화될 것”이라며 “단기차익을 노린 자금이라기보다는 중장기 보유를 목적으로 한 자금 위주로 3조원가량이 추가 유입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종원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로캐리 트레이드 측면에서 한국은 유로화 대비 원화가 상대적 강세이고 금리도 유럽보다는 높은 편이어서 다른 신흥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매력적인 위치라고 생각된다”며 “유럽인의 시각에서 한국 증시는 상당히 매력적인 시장”이라고 했다.

지난 수년간 경쟁관계에 있던 다른 신흥국에 비해 소외됐던 한국 증시가 유럽계 자금 유입을 계기로 ‘동반 활력’을 보일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커지고 있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부장은 “3월 이후 한국에 유입된 외국인 자금이 대만 인도 같은 다른 신흥국에 비해 월등히 많다”며 “그동안 글로벌 증시에서 소외됐던 한국에 ‘키 맞추기’ 성격 자금이 들어오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럽 자금과 ‘궁합’ 맞는 종목은

증시 전문가들은 여러 종목을 묶어 한꺼번에 사는 바스켓 매매 특징을 보이는 외국인 자금을 끌어들이기 좋은 조건을 지닌 종목을 주목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대형주이면서 실적 개선이 예상되는 종목이 대표적이다. 그동안 상대적으로 외국인 지분이 낮았던 종목도 수혜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한국경제TV 와우넷 전문가인 까치 오재원은 “유럽 양적 완화에 따른 유동성 수혜와 유로화 대비 원화 강세의 피해가 상대적으로 적은 해운, 조선, 철강업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1분기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개선돼 흑자 전환이 예상되는 한진해운을 비롯해 현대미포조선, 포스코 등이 대표적인 수혜 종목”이라고 봤다. 노 연구원도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경기민감주가 유럽 유동성 확대의 혜택을 볼 것”이라고 했다.

삼성전자, 현대차 등 대표종목의 강세를 예상한 목소리도 적지 않다. 마 팀장은 유럽계 자금 바스켓 매수의 주요 대상이면서 실적 개선 기대가 유지되고 있는 삼성전자를 추천종목으로 꼽았다. 와우넷 전문가인 민박사(민경무)는 “유럽 자금은 안정성과 환급성이 좋은 종목에 몰릴 가능성이 크다”며 “삼성전자, 현대차, 한국전력 정도가 유럽계 자금이 들어올 가능성이 큰 종목군”이라고 점쳤다.

◆저평가·실적우선주 눈독

유럽계 자금의 중·장기 투자 성격이 강해지면서 달라진 투자패턴을 고려한 유망주 찾기도 분주하다. 이경수 신한금융투자 투자전략팀장은 “통상 유럽계 자금은 단기자금이란 인식이 많지만 양적 완화 정책이 유지되는 동안은 꾸준히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며 “더 이상 유럽계 자금을 단기자금이라고 규정짓긴 힘들다”고 강조했다.

와우넷 전문가인 김병전 대표는 “그동안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데다 유럽 자동차 시장 회복 기대가 더해진 자동차 부품주가 강세를 보일 것”이라며 현대공업, 한일이화 등 부품주를 추천했다. 강호 안인기 대표는 덕평랜드 등 비핵심 자산 매각 준비를 마친 코오롱글로벌과 기능성 음료시장 매출 증대가 눈에 띄는 광동제약을 유럽 자금이 매력적으로 볼 주식으로 꼽았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