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중국 남부의 휴양섬 하이난에서 열리는 보아오 포럼은 ‘중국판 다보스 포럼’으로 불린다. 서구 국가가 주축이 돼 스위스에서 여는 다보스 포럼(세계경제포럼)에 대항해 탄생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다보스 포럼의 아류’라는 인식 등 때문에 큰 관심을 끌지 못했지만 28~29일 열린 올해 보아오 포럼은 분위기가 달랐다. 중국이 주도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의 ‘흥행 성공’으로, 중국의 국제적 위상이 한층 높아진 가운데 열렸기 때문이다.
AIIB 흥행에 고무된 시진핑…"2020년까지 아시아경제공동체 만들자"
이번 포럼의 화두는 중국 정부의 ‘일대일로(一帶一路)’ 구상이었다. 지난 28일 개막식 기조연설자로 나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자신감에 찬 목소리로 “일대일로에 참여하는 국가들은 실질적인 이익을 얻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 주석의 기조연설 직후 중국 정부는 그동안 준비해온 ‘일대일로’ 구상의 행동계획을 발표했다. 정책·인프라·무역 및 투자·금융·문화 등 5개 분야에서 중국과 아시아 국가 간 협력과 소통을 강화해 전 세계 인구 63%를 포괄하는 아시아 경제 공동체를 만들자는 제안이다.

○‘일대일로’는 독주곡이 아니라 합창곡

시 주석은 중국의 ‘일대일로’ 구상이 아시아 공동의 경제적 번영을 가져다줄 것이라는 점을 수차례 강조했다. 그는 “일대일로는 공허한 구호가 아니라 가시적이고 손에 잡히는 정책이 될 것”이라며 “현재까지 총 60여개 국가와 국제기구가 참여 의사를 밝혔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이어 “우선 중국과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이 더욱 긴밀한 경제공동체를 건설하고, 아세안과 한·중·일 3국이 2020년까지 아시아 경제 공동체 건설을 위해 노력하자”고 촉구했다.

○해외 기업 등 위안화 채권 발행 확대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상무부·외교부 등 3개 부처는 이날 공동으로 ‘육·해상 실크로드 구축 배경 및 행동계획’을 발표했다. 중국 정부가 ‘일대일로’와 관련된 구체적인 행동계획을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계획에 따르면 중국 33개 성(省)급 행정단위 중 18개가 ‘일대일로’ 구상에 포함될 예정이다. 그중에서도 신장자치구와 푸젠성이 각각 육상·해상 실크로드의 ‘핵심구’ 역할을 맡는다.

중국 정부는 ‘일대일로’ 구상 실현을 위해 정책·기초 인프라·무역 및 투자·금융·문화 등 5가지 분야에서 아시아 주변국과의 협력과 소통을 강화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금융 분야다. 우선 AIIB뿐 아니라 브릭스개발은행, 실크로드 기금 등을 통해 ‘일대일로’ 구상 실현에 필요한 자금을 적극 조달하기로 했다. 또 위안화 국제화에 속도를 더하기 위해 아시아 각국 정부와 해외 우량기업이 중국 내에서 위안화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것을 적극 장려하고, 역으로 중국 기업이 해외에서 위안화 채권을 발행하는 것도 권장할 계획이다. 이규엽 금융감독원 베이징 사무소 수석대표는 “중국 정부가 ‘일대일로’ 참여국에 금융시장 개방을 우선적으로 진행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정부가 이번 계획을 발표하면서 무역과 투자 분야에서 각종 제도적 장벽 제거 및 통관절차 간소화 등을 언급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고 중국 현지 언론들은 분석했다.

■ 일대일로(一帶一路)

중국 중서부, 중앙아시아, 유럽을 경제권역으로 하는 ‘육상실크로드 경제벨트’와 중국 남부, 동남아시아의 바닷길을 연결하는 ‘해상실크로드’를 통해 아시아 경제 공동체를 건설하자는 구상.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3년 카자흐스탄 방문 때 처음 주창했다.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은 ‘일대일로’ 구상에 필요한 자금 조달을 위한 것이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