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인물] '자기만의 방'에 갇혔던 버지니아 울프
박인환의 시 ‘목마와 숙녀’, 피천득의 수필 ‘인연’에 등장해 국내에서도 친숙한 이름 버지니아 울프. 비극적인 최후로 전설처럼 회자되는 그는 현대소설에 이른바 ‘의식의 흐름’ 기법을 처음 도입한 작가다. 철학자인 부친의 영향으로 방대한 책을 접하며 지적인 분위기에서 자랐다. 그러나 1895년 모친을 여읜 뒤 심한 충격으로 첫 정신질환을 앓았고 1904년 부친마저 잃은 뒤 증세가 심해져 자살을 시도했다. 의붓오빠에게 성추행을 당한 경험은 트라우마로 끝까지 그의 인생을 괴롭혔다.

부친의 지인들과 어울려 지적 토론집단 ‘블룸즈버리그룹’을 만들어 활동하면서 정신적 충격을 창작으로 승화하기 시작했다. 존 메이너드 케인스, T S 엘리엇 등이 이 그룹 멤버였다. 1912년 레너드 울프와 결혼하고 1915년 처녀작 ‘출항’을 발표했다. 1922년 ‘제이콥의 방’에서는 주인공의 주변 의식과 주변인의 주인공에 대한 의식을 대조시키는 새로운 소설 형식을 선보였다. 40대 중반 이후부터는 격렬한 페미니즘에 빠졌다. 숙성하는 문학과 높아져가는 인기에 비해 신경은 계속 예민해졌다. 1939년 2차 세계대전 발발 후 전원생활을 했으나 호전되지 않았다. 1941년 3월28일 우즈 강으로 산책을 나갔다가 투신 자살했다.

■ 버지니아 울프

1882년 1월 런던 출생
1897년 런던 킹스칼리지 입학
1917년 ‘벽 위의 자국’ 출간
1928년 에세이 ‘자기만의 방’
1941년 3월28일 자살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