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 심장, 電力질주
‘김수현의 차’ BMW i8이 한국에 첫선을 보였습니다. 가격이 1억9990만원에 달하는 고가 차량임에도 한류스타 김수현 씨를 포함해 사전 예약을 100대 이상 받을 정도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i8이 관심을 끄는 건 차 문이 위로 열리는 ‘걸 윙 도어’ 스타일의 멋진 스포츠카이기도 하지만, 국내에 처음으로 출시된 충전식(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이기 때문입니다.

PHEV는 간단히 말하면 하이브리드카에 충전 기능을 더한 차입니다. 하이브리드카는 가솔린·디젤 엔진과 전기 모터의 힘을 더해 연비를 높인 차입니다. PHEV는 충전도 할 수 있기 때문에 하이브리드카보다 배터리 용량과 모터 출력을 더 키울 수 있습니다. 이 덕분에 하이브리드카보다 배터리로만 달릴 수 있는 거리가 길고 주행성능도 높습니다.

주행거리가 일반적으로 600㎞ 이상이라는 점에서 150㎞ 안팎인 전기차보다 월등합니다. 충전을 해야만 달릴 수 있는 전기차와 달리 반드시 충전해야 하는 것도 아니죠. 완전 충전을 하면 30㎞ 이상 달릴 수 있기 때문에 출퇴근 정도로만 쓴다면 전기차와 다를 것이 없습니다.

이런 강점 덕분에 PHEV는 현 시점에서 가장 현실적 친환경차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글로벌 완성차업체들 간 경쟁의 축도 PHEV로 옮겨가는 추세입니다. 폭스바겐은 1L로 100㎞ 이상을 갈 수 있는 디젤 PHEV 콘셉트카 XL1을 2013년 제네바모터쇼에서 공개하며 세상을 놀라게 했죠. 다음달 열리는 서울모터쇼에선 XL1보다 성능을 개선한 콘셉트카 이오랩을 르노삼성 부스에서 볼 수 있습니다.
두 개 심장, 電力질주
다른 브랜드의 PHEV 차량이 기존 하이브리드카를 기반으로 개발한 것과 달리 i8은 처음부터 PHEV 전용 모델로 개발했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대표적인 부분이 파워트레인(동력 계통)입니다.

i8은 231마력짜리 1.5L 3기통 가솔린 터보 엔진이 6단 자동변속기를 거쳐 뒷바퀴를, 131마력의 전기 모터가 2단 자동변속기를 통해 앞바퀴를 굴리는 4륜구동 차량입니다. 최고 속도는 250㎞/h, 제로백(0→100㎞/h)은 4.4초로 고성능 스포츠카와 맞먹는 성능을 냅니다.

현대자동차도 쏘나타 PHEV 모델을 오는 6월께 출시할 예정입니다. 올초 미국 디트로이트모터쇼에서 공개한 쏘나타 PHEV는 154마력 2L 가솔린 엔진과 48마력 전기 모터를 활용해 총 202마력의 출력을 냅니다. 지난해 말 출시해 월 1200여대씩 팔리며 선전하고 있는 쏘나타 하이브리드에 비해 모터 출력을 30%가량 향상시켰습니다.

폭스바겐그룹의 아우디와 폭스바겐도 각각 A3 스포트백 e-트론과 골프 GTE를 곧 선보입니다. 같은 플랫폼(뼈대)을 쓰는 이 두 차는 전기 모터로만 달릴 수 있는 거리가 50㎞에 완전 충전 시 연비도 66.6㎞/L(유럽 기준)에 달하는 등 경제성 측면에선 출시 예정 PHEV 가운데 가장 뛰어납니다. 폭스바겐 골프 GTE는 올 연말 글로벌 시장에 출시될 예정입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최고급 세단인 S클래스부터 PHEV를 개발해 아래로 내려가는 전략을 쓰고 있습니다. 이번 서울모터쇼에서 S500 PHEV를 선보일 예정인데요. 이 차는 주행 중 앞 차와의 간격이 줄어드는 등 액셀에서 발을 떼는 것이 효과적인 상황에서 액셀이 톡톡 진동을 하는 햅틱 액셀 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