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 사태가 지역 분쟁으로 번지면서 국제유가가 요동치고 있다. 이슬람 수니파 종주국인 사우디아라비아 등 아랍 10개국이 예멘의 수니파 정권을 전복시키려는 시아파 반군 ‘후티’를 격퇴하기 위해 대규모 군사작전을 벌이자 시아파 국가인 이란이 사우디아라비아를 맹비난하고 나섰다. 러시아도 미국의 지원을 받는 아랍 국가들의 이번 군사작전이 지역 안보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예멘발 유가 불안] 중동전으로 비화한 예멘 내전…떨어지던 국제유가 '들썩'
○이집트까지 개입 임박

후티 반군을 피해 지난 22일 수도 사나에서 예멘 남부도시 아덴으로 피신한 압드라보 만수르 하디 예멘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사우디 군의 호위를 받으며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 도착했다. 하디 대통령은 사우디를 등에 업고 조만간 시아파인 후티 반군을 몰아낸 뒤 예멘을 재건하겠다는 계획이다.

사우디를 주축으로 한 아랍연맹(AL) 소속 국가들이 전날 후티 반군의 거점 지역들에 일제히 공습을 가하면서 한때 후티 반군에 넘어갔던 남부 아덴 공항이 예멘 정부군의 수중에 들어갔다. 후티 반군이 장악한 수도 사나에서는 공항과 군기지에 폭탄이 떨어져 일부 민간인이 숨지거나 다친 것으로 알려졌다.

AP통신은 사우디가 예멘에 전투기 100대를 배치한 데 이어 이집트와 함께 지상작전을 벌일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집트는 원유 수송로인 아덴만을 지키기 위해 해군 함정 4척을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바레인, 쿠웨이트, 요르단, 모로코 등 아랍연맹국들도 85대의 전투기를 출격시켰다.

후티 반군을 지원하는 이란은 군사적 개입을 자제한 채 사우디의 예멘 공습을 비난하며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사우디 공습을 지지한 미국에도 ‘전쟁 장사’를 벌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러시아도 무력 개입은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이 될 수 없다며 사우디를 강하게 비난했다.

○국제유가·글로벌 증시도 출렁

이날 국제유가는 큰 폭 오르며 최근 3주 만에 최고가를 기록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최대 원유수출국인 사우디의 전격적인 무력 개입이 원유 공급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로이터통신은 당장 걸프만 지역 내 석유 생산시설에는 영향이 없겠지만 원유 선적과 수송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원유(WTI) 5월물은 4.5% 급등하며 배럴당 51.43달러까지 뛰어올랐다. 런던 ICE 선물시장의 북해산 브렌트유 5월물도 4.8% 상승하며 59.19달러를 기록했다. 뉴욕 증시는 경기 둔화 우려와 기술 및 바이오주 급락이라는 악재에 중동 리스크까지 겹치면서 다우, S&P500, 나스닥 3대 지수가 모두 0.2% 하락하는 부진을 보였다.

국제유가와 관련해 이번 사태가 단기 이벤트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포브스는 미국을 포함한 비(非)OPEC 산유국의 원유 생산량이 견조한 상승세를 유지하고, 최대 원유소비국인 중국과 일본의 경기 둔화로 원유 수요가 부진하다는 점을 들어 다시 유가가 하락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했다.

국제유가가 상반기 배럴당 30달러 미만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측했던 골드만삭스는 원유 수송선이 우회 항로를 찾으면서 이번 사태가 전 세계 원유 공급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급등했던 유가는 장외시장에서 하락세로 돌아섰다. 27일 오전 장외거래에서 WTI 5월물은 배럴당 50.7달러로 전날보다 2.14% 떨어졌다.

강동균 기자/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