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 안보전문가 분석

지난 24일 150명의 사망자를 낸 독일 저먼윙스 여객기 사고 원인이 부기장에 의한 고의적인 추락으로 드러난 가운데 2001년 9·11테러 후 마련된 항공 안전 예방책에 대한 구조적인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미 CNN 방송의 국가안보분석가인 줄리엣 카옘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는 26일(현지시간) "이번 사고에서 확실한 교훈을 끌어내기는 너무 이르지만, 부기장에 대한 소문 등으로 이야기를 만들어내기 전에 즉각 다뤄야 할 구조적 문제들이 있다"고 CNN을 통해 밝혔다.

카옘 교수는 우선 조종사들이 항공기를 추락시킬 위험성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보안 대책을 마련해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항공사들이 9·11 테러 이후 승객의 무단침입을 막고자 조종실의 잠금 시스템을 강화했지만, 이번 여객기 사고에서 보듯이 이같은 시스템이 도리어 조종실을 잠시 비운 기장이 다시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막은 점을 지적한 것이다.

카옘 교수는 대안으로 조종실로 들어가는 문에 정교한 비밀번호 잠금장치 또는 전자식 키를 설치해 조종사 1~2명과 선임 승무원이 사용할 수 있게끔 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두번째로는 조종사의 정신 건강을 더욱 꼼꼼히 평가해야 한다고 그는 밝혔다.

카옘 교수는 항공사들이 조종사 개인의 자발적인 평가에 의지하지 말고 정기적으로 정신 상태를 평가해야 하며, 상담을 요청한 조종사에 대해선 부당하게 불이익을 줘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테러'의 개념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카옘 교수는 밝혔다.

미국 정부는 부기장의 고의적 추락이라는 조사 발표가 있기 전까지 테러 가능성을 배제했는데 이는 잘못됐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카옘 교수는 "이번 사안은 대중에게 공포감을 불러일으킨다는 일반적 관점에서 명백한 테러"라면서 "만약 악질적인 이념적 동기가 있었다면 아마도 대량 살상을 일으키는 '외톨이'형 범죄 중 하나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저먼윙스 에어버스 A320 여객기는 지난 24일 오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독일 뒤셀도르프로 향하던 중 프랑스 남부 알프스에서 추락해 승객 144명과 승무원 6명 등 150명 전원이 사망했다.

프랑스 검찰은 조사 결과 기장이 화장실을 가려고 잠시 조종실을 비우자 홀로 남은 부기장이 기장의 조종실 진입을 막은 채 하강 버튼을 눌러 여객기가 추락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이유미 기자 gatsb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