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내 유일한 상장사…'독주(獨株)'의 재발견
그룹 내 유일한 상장사들이 몸값을 높이고 있다. 상장사를 통한 그룹 차원의 성장 전략이 주가에 반영되기 시작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최대주주 지분율이 높아 지배구조가 안정적이고 낮은 부채 비율과 탄탄한 재무구조를 가진 것도 ‘그룹 내 귀한 상장사’의 공통점으로 꼽았다.

◆자회사 통해 상장사 키워

26일 SPC그룹의 모태이자 유일한 상장사인 삼립식품은 0.18% 오른 27만1000원에 장을 마쳤다. 올해만 86.9% 급등했다. 1년 전(7만1300원) 대비 3배 넘게 올랐다.

삼립식품의 식자재유통사업부문 물적분할로 삼립GFS가 설립된 지난해 7월 이후 주가 그래프가 본격적으로 가팔라졌다. 송치호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그룹 내 1조원이 넘는 식자재 구매를 기반으로 하는 삼립GFS의 가치가 주목받으면서 모회사인 삼립식품 기업가치도 덩달아 올라갔다”며 “SPC그룹 내 삼립식품의 위상 변화와 명확해진 성장전략이 주가 상승 동력”이라고 말했다.

대명그룹에 하나뿐인 상장사 대명엔터프라이즈도 그룹 일감이 주가 상승에 힘을 보탰다. 대명엔터프라이즈는 이날 2.03% 올라 최근 1년 내 신고가(1510원)를 다시 썼다.

대명홀딩스가 31.06%의 지분을 보유한 대명엔터프라이즈는 그룹의 중간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다. 그룹의 소모성자재구매대행(MRO) 회사인 대명코퍼레이션에서 나오는 수익이 안정적이란 평가다. 영화 배급과 투자를 하는 대명문화공장, 결혼 관련 사업을 하는 대명웨딩엔드도 자회사로 두고 있다. 알짜 자회사 덕에 2014년 3분기 말 기준 대명엔터프라이즈의 보유 현금은 518억원에 달한다. 박중선 키움증권 연구원은 “안정적인 내수 기반 자회사를 바탕으로 시가총액을 불려가고 있다”고 말했다.

◆재무 안정, 배당 매력도

동서식품을 주력 계열사로 둔 동서그룹의 상장사 동서도 올해 24.18% 뛰었다. 최근 1년 새 2배 가까이 상승했다. 코스닥 시가총액 순위도 1년 만에 7위에서 3위로 뛰어올랐다.

커피믹스 시장 점유율 80% 이상인 자회사 동서식품이 선전하면서 이 회사 매출도 2012년 이후 매년 상승세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541억원으로 전년 대비 6.3% 늘었다. 실적 개선과 더불어 안정적인 지배구조와 2%대의 높은 시가배당률도 부각됐다. 동서는 창업주 김재명 명예회장의 장남인 김상헌 회장(20.61%), 차남 김석수 회장(20.08%), 장손 김종희 전무(10.18%) 등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66.56%로 높은 편이다.

1960년대 건설업으로 출발해 신안관광, 신안레저, 신안캐피탈 등의 계열사를 거느린 신안그룹의 상장사는 강관을 제조하는 휴스틸뿐이다. 휴스틸 주가도 업황 호조 기대에 힘입어 올 들어 완만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의 유정용 강관 수요 증가에다 대체자원 개발 확대 움직임도 가세했기 때문이다. 탄탄한 재무구조와 높은 배당은 동서와 공통점이다.

휴스틸은 창업주인 박순석 신안그룹 회장(27.72%) 등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지분이 53.06%에 이른다. 2014년 결산배당은 보통주 주당 700원으로, 시가배당률은 3.8%에 달했다. 이민재 흥국증권 연구원은 “부채비율도 35%로 낮은 수준이고 연간 순이자비용은 33억원에 불과하다”며 “미국 매출 비중이 42%가량인데 올해 신규 원유 채굴과 송유관 교체로 미국 에너지용 강관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