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창의성·문제 해결력 키우는 프로그래밍 교육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선두 다툼을 하는 삼성전자의 가장 큰 경쟁업체는 애플이다. 최근에는 중국 신생 업체 샤오미가 급부상하고 있다. 애플과 샤오미의 공통점은 하드웨어를 직접 생산하지 않는다는 것. 소프트웨어 역량을 바탕으로 삼성전자를 위협하고 있다.

한국의 전반적인 상황도 삼성전자와 크게 다르지 않다. 정보기술(IT) 강국이라고 하지만 애플, 구글, 아마존 등 IT 분야의 트렌드 세터들이 포진한 미국과 세계 시장에서 급부상 중인 샤오미, 텐센트, 바이두, 알리바바 등을 보유한 중국 사이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소프트웨어 전쟁》의 저자는 “새로운 강자들의 핵심 역량은 소프트웨어 개발 능력”이라며 “(한국 기업은) 미국 소프트웨어 회사들의 ‘혁신 전략’과 로컬 시장을 바탕으로 한 중국 기업들의 ‘산자이 전략’ 사이에서 옴짝달싹 못하는 형국”이라고 분석한다. 한국은 지난 10년간 하드웨어 제조 분야의 ‘패스트 팔로어’로서 일본을 제치고 세계 1위에 올라섰지만 소프트웨어 역량 부족으로 성장세가 멈췄다는 지적이다.

미국 IT기업들은 과거 어떤 제국보다 사람들의 삶에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중국은 이들의 진출을 막는 동시에 자체 소프트웨어를 복제해 개발하는 ‘차단과 복제’ 전략을 취했다. 검열은 체제 유지를 위한 오랜 관행이었지만 인터넷에 대한 검열은 소프트웨어로 전쟁을 벌이는 이 시대의 최고 전략이 되고 말았다. 유튜브와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은 중국에서 사용할 수 없다. 대신 투더우, 카이신왕, 웨이보, 바이두 같은 로컬 서비스가 이들을 대체하고 있다. 거대한 로컬 시장 덕분에 급성장도 가능했다.

기존 물리적·경제적 전쟁보다 소프트웨어 전쟁이 무서운 이유로 저자는 ‘종속성’을 꼽는다. 일반 소비자나 IT산업에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 모든 전통적 영역의 산업을 빨아들이는 거대한 플랫폼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개인이나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소프트웨어 역량에 따라 개인과 기업, 심지어 국가의 운명도 결정된다”고 경고한다. 소프트웨어 전쟁에서 승리하는 유일한 전략은 “소프트웨어 역량을 키우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교육 제도와 국가 정책을 통해 전 국민의 소프트웨어 역량을 높일 수 있는 실제적 실행 전략을 구사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스티브 잡스는 “모든 사람은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반드시 배워야 한다”며 “프로그래밍이 당신에게 생각하는 방법을 가르쳐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저자는 이 말을 인용해 “전 국민이 프로그래밍을 배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프로그래밍의 목적은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며 “프로그래밍을 하면 할수록 문제 해결 능력을 훈련할 수 있고 이런 사고를 통해 창의성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에는 “입사 과정에서 모든 지원자들이 프로그래밍 시험을 보도록 하고 사내 벤처를 1000개 이상 만들 것”을 제안한다.

저자는 한국의 벤치마킹 대상으로 미국의 실리콘밸리나 중국의 중관춘이 아닌 이스라엘의 ‘탈피오트’ 제도를 소개한다.

이스라엘은 매년 고등학교 이과 졸업생 가운데 최고의 두뇌 50명을 선발해 히브리대에서의 3년 교육을 포함해 9년 동안 군대에서 복무하게 한다. 이들은 군복무 이후 대부분 벤처기업을 창업한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