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시아파벨트' 확산에 사우디 전격 군사개입

시아파 반군이 예멘 전체를 무력으로 장악할 수 있다는 위기감에 사우디아라비아 등 인근 걸프국가가 26일(현지시간) 공습을 개시하면서 예멘이 중동의 새로운 '화약고'로 떠올랐다.

이날 예멘 공습은 단순히 쿠데타를 일으킨 반군을 토벌한다는 데 그치지 않고 중동 전체로 군사적 충돌이 확전할 조건이 충분하다는 점에서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사우디 등 걸프지역 수니파 왕정은 종파·정치적으로 '앙숙'인 이란을 예멘 시아파 반군 후티의 배후로 지목하고 있다.

이란과 예멘 모두 이를 표면적으로 부인하지만 이란은 후티가 지난달 일으킨 쿠데타에 몰려 남부 아덴으로 피신한 압드라부 만수르 하디 대통령을 '전 대통령'으로 칭할 만큼 후티에 우호적이다.

이란은 지난달 예멘 수도 사나를 통제하는 후티와 항공협력과 관련한 양해각서를 맺으면서 이들을 공식 권력으로 인정했다.

사우디가 후티의 세력 확산에 군사개입이라는 극도로 예민한 반응을 보인 배경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사우디는 남쪽으로 예멘과 국경을 길게 맞댄 터라 예멘의 정정 불안에 직·간접 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특히 예멘이 후티의 손에 넘어가면 이곳은 자연스럽게 걸프지역에서 시아파 종주국 이란의 정치·군사적 교두보 역할을 하게 된다.

그러잖아도 사우디는 최고조에 이른 이란의 '시아파 벨트' 확산을 극도로 경계해왔다.

현재 중동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는 갈등에서 이란은 빠지지 않고 주요 행위자로 등장한다.

이란은 이미 이라크의 '이슬람국가'(IS) 격퇴전에 깊숙이 개입해 있고, 시리아 내전에서도 바샤르 알아사드 시아파 정권을 지원하면서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사우디가 꺼내든 군사개입 카드는 걸프지역에 지금까지와 다른 수준의 긴장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이란이 예멘에 외국이 개입해선 안 된다는 입장을 취해왔지만 사우디 등 수니파 왕정국가가 본격적인 군사개입에 나선 상황을 묵과할 가능성은 낮기 때문이다.

이 경우 IS 격퇴라는 대명제 아래서는 암묵적인 협력 관계인 이란과 사우디가 걸프의 남단 예멘에선 유혈 충돌을 벌이는 장면이 연출되게 된다.

한편 사우디 등의 군사 개입에도 후티가 권력의 전면으로 나설 경우 '아랍의 봄' 민주화 시위로 2012년 퇴출당한 독재자 알리 압둘라 살레 전 대통령의 복귀 가능성도 열리게 된다.

살레 전 대통령은 권좌에서 내려왔지만 여전히 예멘 의회 다수당인 국민의회당의 당수인데다 정부군엔 그에게 충성하는 장교들이 건재하다.

후티가 지난해 9월 순식간에 수도 사나를 점령할 수 있던 것은 살레 전 대통령 편에 선 정부군의 협력이 뒷받침된 것이어서 살레의 귀환도 완전히 불가능한 시나리오는 아니라는 분석이다.

(두바이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hsk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