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 커진 10조 치매 치료 시장…대웅제약 등 개발 '가속도'
미국 바이오기업 바이오젠아이덱이 최근 알츠하이머형 치매 치료제 임상 1상시험에 성공했다는 소식에 세계 치매 치료제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약효와 안전성까지 검증하는 임상 3상시험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하지만 세계 최초로 치료제가 나올 것이라는 가능성만으로도 관련 업계가 흥분하고 있다. 알츠하이머형 치매는 세계 치매 환자 3600여만명(2010년 기준)의 60~80%가 앓고 있는 병이다. 국내에서는 대웅제약 메디포스트 동아쏘시오홀딩스 등이 치매 치료제 개발에 도전하고 있다.

바이오젠아이덱이 개발 중인 알츠하이머형 치매 치료제 ‘아두카누맙’은 치매의 주요 원인인 독성 단백질 아밀로이드를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 166명을 대상으로 54주 동안 임상 1상시험을 진행한 결과다.

아두카누맙은 증상을 늦추는 기존 치료제와 달리 치매 원인 물질을 공략한다는 점에서 혁신적이라는 평가다. 아리셉트(에자이) 엑셀론(노바티스) 등 기존 치료제는 뇌세포 노화를 늦추는 효과에 그쳤다. 뇌세포가 적거나 아예 사라지면 치료제가 약효를 발휘하지 못한다.

이재홍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는 “대규모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임상 3상 결과까지 지켜봐야 하지만 아두카누맙이 상용화되면 처음으로 직접 치매를 치료하는 의약품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바이오젠아이덱은 2019년 아두카누맙을 시장에 내놓겠다는 목표다.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도 치매 치료제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웅제약은 바이오벤처 메디프론과 함께 알츠하이머형 치매 신약 후보물질 ‘DWP 09031’의 임상 1상시험을 하고 있다. 메디포스트는 줄기세포를 이용한 알츠하이머 치료제 ‘뉴로스템’ 임상을 진행 중이다. 일동제약은 멀구슬나무 열매인 천련자에서 추출한 물질을 활용해 치매 치료제 개발에 도전하고 있다. 동아쏘시오홀딩스는 2013년 강신호 회장이 센터장을 맡은 동아치매센터를 열고 뇌신경 독성물질을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었다.

시장조사기관인 데이터모니터에 따르면 미국 일본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영국 스페인 등 주요 7개 국가의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제 시장은 2011년 기준 53억달러 규모다. 세계 시장은 100억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된다. 인구 고령화로 2021년에는 치매 치료제 시장이 지금보다 두 배 이상 커질 것이란 관측이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