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S6 엣지 모델에 전용 반투명 플라스틱 커버를 씌운 모습. 특수 코팅한 플라스틱 커버는 닫은 상태에도 내부 디스플레이 내용을 보여준다. 사진=김민성 기자
갤럭시S6 엣지 모델에 전용 반투명 플라스틱 커버를 씌운 모습. 특수 코팅한 플라스틱 커버는 닫은 상태에도 내부 디스플레이 내용을 보여준다. 사진=김민성 기자
[ 김민성 기자 ] 아저씨들이 즐겨 피우는 순(?)한 담뱃갑만한 녀석. 삼성전자의 6세대 갤럭시S 모델인 갤럭시S6 이야기다. 세로 14.3cm, 가로 7cm, 두께 0.68cm, 무게 138g에 불과한 이 네모난 기계에 대한민국이 시쳇말로 들썩이고 있다.

제조사인 삼성전자와 전자 계열사를 두루 거느린 삼성그룹도,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에 허덕이는 이동통신사도, 증시 활력을 되살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증권시장도 모두 갤럭시S6 이야기로 분주하다.

시장의 '갤럭시S6 앓이'는 오래 전 시작됐다. 이제 긍정과 비관 사이에서 몸살을 앓고 있다.

갤럭시S6 성공은 이제 삼성전자 만의 목표가 아니다. 국내·외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갤럭시S5의 뼈아픈 실패를 도려내기에도 벅찬 삼성전자는 그만큼이나 어깨가 무겁다.

삼성전자는 '진정' 사활을 걸었다. 실패는 가정하지도 않는 분위기다. 갤럭시S6 성공 여부는 삼성전자의 향후 사업 포트폴리오 뿐만 아니라 이재용 부회장이 주도하는 사업 재편에까지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더 나아가 대장주 삼성전자를 바라보는 증시와 산업군, 경제 활력이 절실한 국내 경제에도 연쇄 파급 효과를 낳을 것으로 보인다. 조직, 산업계, 경제 분야 이해관계자들 간 복잡하게 얽힌 정치 역학 한가운데 어쩌면 갤럭시S6는 놓여있다. 갤럭시S6가 그저 스마트폰이 아닌 이유다.

# 에피소드1: '갤럭시S6 성공' 희망의 근거
칠레 산티아고에서 열린 삼성전자 갤럭시 S6, 갤럭시 S6 엣지 발표 행사에서 참석자들이 제품을 체험하는 모습.
칠레 산티아고에서 열린 삼성전자 갤럭시 S6, 갤럭시 S6 엣지 발표 행사에서 참석자들이 제품을 체험하는 모습.
갤럭시S6는 올해 어떤 성적표를 받아쥘까.

갤럭시S6에 대한 시장의 첫인상은 긍정적으로 출발했다. 갤럭시S6와 S6엣지가 올해만 5500만 대 넘게 팔릴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다음 달 10일 글로벌 출시 이후부터 올해 2분기에만 2220만대가 팔린다는 예상이었다. 당초 예상보다 500만대 늘어난 전망치이다.

이미 국내외 이동통신업체가 삼성전자에 선주문한 물량만 2000만대가 넘어섰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는 역대 베스트셀러인 갤럭시 노트4의 초기 판매량과 견줄 수준이다. 누적 추산 7000만대가 팔린 갤럭시S4는 출시 2개월만에 2000만대를 판매를 넘었다. 갤럭시S6가 올해 5000만대 고지를 넘는다면 7000만대 기록 경신을 노려볼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도 뒤를 잇는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완제품을 판매하는 IT·모바일(IM) 부문 뿐만 아니라 내부 메모리 등 반도체 부품을 공급하는 부품(DS) 부문에서도 갤럭시S6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분석+] 갤럭시S6의 정치학(상)…그저 스마트폰이 아니다
첫 호재는 삼성전자의 강점인 D램이다. 스마트폰 필수 부품인 모바일 D램 가격이 올해 안정세를 보일 전망이다. 두번째 기대주는 갤럭시S6에 처음 전량 탑재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엑시노스 7420이다. 세계 최초로 첨단 미세공정기술인 14나노 핀펫(Fin-FET)이 적용했다. 삼성전자 시스템 LSI 사업부가 자체 개발한 갤럭시의 두뇌다. 퀄컴의 스냅드래곤 등 유수 AP와 비교해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실적 교차 방어 차원에서 삼성 스마트폰에 삼성 반도체를 탑재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삼성 측은 "최고의 스마트폰(갤럭시S6)에 최고의 AP가 아니라면 싣을 수 없다"며 '밀어주기'는 결코 아니라고 선을 긋는다. 갤럭시S6의 핵심 부품을 단지 '삼성 제품이라는 이유만으로 쓰지 않는다'는 기술에 대한 자신감이다.

언팩(신제품 공개) 이후 반응이 더 좋다는 점은 무엇보다 청신호다. '디자인 삼성(Designed by Samsung)'의 기치로 "애플의 맞수는 삼성 뿐"이라는 찬사도 듣고 있다. 특히 갤럭시S5 때까지 혹평을 쏟아내던 주요 외신 반응이 호의적이라는 점도 고무적이다.



삼성전자 IM의 수장 신종균 사장도 마찬가지다. "갤럭시 S6는 전략 제품인 S 시리즈의 역사를 새로 쓸 뿐만 아니라 나아가 갤럭시 스마트폰 전체를 재정립하는 기념비적인 제품이 될 것"이라고 수차례 강조한 바 있다.

요약하면 '갤럭시S6 제품은 잘 만들어졌다'다. 개발 및 디자인 부서는 출산까지 일을 마쳤다. 남은 건 마케팅 그리고 영업의 몫이다.

# 에피소드2 "갤럭시S6 실패...생각도 안합니다"
[분석+] 갤럭시S6의 정치학(상)…그저 스마트폰이 아니다
"잘 되어야죠. 다른 옵션은 없어요."

갤럭시S6 출시를 앞둔 삼성전자 내 마케팅 관련 임원은 비장했다. 아니 단호했다. 실패는 생각할 수도, 아니 고려조차 하지 않는 '경우의 수'다.

시장의 관심은 언제나 과거가 아닌 미래에 있다. 이미 삼성전자의 1분기와 2분기 실적에 꽂혀있다. 36조원 대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거둔 2013년 이후 삼성전자에 대한 시장 기대치는 더 높아졌고, 기대가 컸던만큼 지난해 실망도 컸다. '삼성전자는 당연히 지난해보다 더 잘해야 한다. 더 벌어야 한다'고 버티고 서 있다.

지난해 4분기 실적 개선으로 희망은 봤지만 비관적 시각은 아직도 유효하다. 정말 삼성전자가 바닥을 찍었다면 전통적인 비수기인 올 1분기에 확실한 턴어라운드(실적 호전)를 보여줘야한다며 시장은 팔짱을 낀채 관망 중이다.

1분기 실적이 기대를 충족시키든, 실망스럽든지 간에 더 큰 부담은 2분기다. 1분기는 전통적 비수기이라 어느 정도 '익스큐즈'도 가능하다. 하지만 2분기는 다르다. 갤럭시S6의 성적표가 적나라하게 반영되는 탓이다. 긍정적 전망대로 2분기 내 2000만대 판매 실적을 찍는다면야 아무 문제 없다.

문득 지난해 2분기 실적 발표 상황이 교차된다. 지난해 7월 8일 삼성전자가 2분기 잠정 영업이익이 7조2000억원(매출 52조 원)에 그쳤다고 발표하자 시장에선 '어닝 쇼크(실적 충격)'로 받아들였다.

충격파가 더 컸던 이유는 지난해 2분기에 갤럭시S5가 출시됐기 때문이었다. '삼성 스마트폰 성공 신화'를 이끌어온 갤럭시S의 최신작 갤럭시S5가 효자에서 순식간에 문제아로 돌변했다. 시장 관심도 갤럭시S5가 얼마나 제 역할을 못했냐에 쏠렸다. '갤럭시 대박'으로 분기 영업이익 10조원을 돌파했던 삼성전자의 모바일 황금기가 불과 1년만에 저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들끓었다.

# 에피소드3: 갤럭시S5의 추억…갤럭시S6의 특명

[분석+] 갤럭시S6의 정치학(상)…그저 스마트폰이 아니다
시장 우려는 바로 주가에 반영됐다. 갤럭시S5가 출시됐던 지난해 2월 말 130만원 대 초반이던 주가는 2분기 마지막 달이었던 6월 초 145만원대까지 올랐다가 점점 하향세를 그리기 시작했다.

'어닝 쇼크'라던 2분기 실적 발표 한 달 뒤였던 7월 초 삼성전자 주가는 130만원 대까지 추락했다. 10월에는 107만원대까지 미끄러졌다. 하반기 전략 제품, 갤럭시 노트4와 혁신형 신제품 갤럭시 노트 엣지가 9월 초 공개됐지만 주가 추가 하락을 방어하지 못했다. 공교롭게도 갤럭시S5 공개 이후 삼성전자 주가가 고점에서 3분의 1 가량이 증발한 셈이었다.

경제 바로미터인 증시도 대장주 삼성전자의 추락에 벌벌 떨었다. 코스피는 지난해 7월 초 2100선을 바라보다가 연말 1915선까지 미끄러졌다. 삼성전자의 무선사업 실적악화가 현실로 나타나자 증시에도 빨간 불이 켜진 셈이었다. '삼성의 위기는 곧 국가 경제의 위기'라는 볼맨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5 흥행 실패보다 이 점이 더 부담스러웠다. 삼성전자의 기침에 한국 경제가 몸살을 앓는 듯 했다. 이내 문책성 인사가 이어졌다. IM 부문 내 7명의 사장 중 4명이 해임됐다. 동반 실적 부진에 허덕인 삼성전기 등 계열사 사장도 물러났다. 모바일 사업을 책임지는 해당 사업부뿐만 아니라 부품 납품으로 얽힌 계열사까지 '십자포화'를 맞았다. 그렇게 삼성전자는 2014년과 작별을 고했다.

갤럭시S5의 쓰라린 기억을 씻어내는데 무엇보다 갤럭시S6의 판매량이 중요한 배경들이다. 신제품 출시 뒤 긍정 일색 전망으로 시장 기대는 높였지만, 기대에 못미치는 실적 발표로 어닝 쇼크를 던지는 식의 악순환을 되풀이한 지난해 프레임은 올해 반드시 탈피해야한다.

공교롭게도 갤럭시S6 발표 이후 이어진 호평으로 삼성전자 주가는 15개월만에 다시 150만원을 돌파했다. 그만큼 시장 기대가 크다. 증권사마다 갤럭시S6 효과로 삼성전자뿐 아니라 전자 계열사 실적이 호전될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진다. "흥행요? 조심스러워요, 장담하기 힘듭니다"라고 말을 아꼈던 삼성전자 한 고위관계자의 말은 그래서 엄살이 아니다.

# '[분석+] 갤럭시S6의 정치학(하)…'이재용 폰'의 조건'으로 이어집니다.

한경닷컴 김민성 기자 mean@hankyung.com @mean_R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