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면세(免稅) 날개' KTOP30…종합주가지수 50년 아성에 도전장
마켓인사이트 3월24일 오후 4시45분

2012년까지만 해도 우정사업본부는 파생상품 시장의 ‘큰손’이었다. 그 해만 40조원을 파생거래에 쏟아부었다. 하지만 이듬해부터 증권거래세(매도 시 거래액의 0.3%)가 부과되자 우정사업본부는 ‘남는 게 없다’며 발을 뺐다. 지난해 우정사업본부 차익거래 규모는 230억원으로 2012년의 0.05%로 쪼그라들었다.

금융투자업계에선 이런 ‘세금효과’가 내년부터 파생상품 시장을 뒤흔들 것으로 보고 있다. 투자자들이 양도소득세를 피해 코스피200에서 KTOP30으로 갈아탈 것으로 예상돼서다. 관련 파생시장이 커지면 현물거래도 따라 늘어난다. KTOP30이 ‘국가대표 주가지수’로 등극할 가능성이 높다고 업계에서 보는 이유다.

◆세금효과 통해 대표지수로 육성

KTOP30지수가 과세 대상에서 빠진 데는 ‘새로운 주가지수를 육성해야 한다’는 정책적 의지가 한몫했다. 종합주가지수와 코스피200지수가 너무 많은 종목으로 구성된 탓에 평균으로 산정되는 지수는 한국의 경제·산업구조 변화와 무관하게 제자리를 맴도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증권정보업체 와이즈에프엔에 따르면 국내 1210개(금융업종 제외) 상장사의 영업이익 합계는 2007년 51조2396억원에서 2014년 95조2351억원으로 85.86% 증가했다. 같은 기간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도 25.24% 늘었다. 하지만 종합주가지수(1897.13→1915.59)와 코스피200지수(241.27→244.05)는 그대로였다.

미국도 비슷하다. 같은 기간 뉴욕 증시 종합주가지수 상승률은 13.13%로, 미국 증시(뉴욕 증시+나스닥)의 시가총액 증가율(33.89%)을 크게 밑돌았다. 그러나 뉴욕 증시와 나스닥의 30개 대표종목으로 구성된 다우지수는 시가총액 증가율과 비슷한 상승률(36.27%)을 보였다.

금융위원회가 ‘한국판 다우지수’ 개발에 나선 배경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전교생 평균점수’(종합주가지수)보다는 ‘우등생 평균점수’(다우지수)가 산업 흐름을 더 잘 보여줄 뿐 아니라 투자 판단에도 더 도움이 된다”며 “KTOP30이 1964년 선보인 종합주가지수의 ‘50년 아성’을 무너뜨릴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내년부터 시행되는 파생상품 양도세 부과가 금융위의 ‘KTOP30 띄우기’ 작업에 날개를 달아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윤곽 드러나는 KTOP30

금융위와 한국거래소는 올 상반기 중 KTOP30지수를 내놓기 위해 막바지 작업을 벌이고 있다. 금융위는 KTOP30 편입 요건으로 △업종 대표주 △시가총액, 매출, 거래량 등이 큰 종목 △기업 평판 등을 내걸었다. 유가증권시장뿐 아니라 코스닥 대표종목도 일부 편입된다.

업계에선 삼성전자(전기·전자) 현대자동차(자동차) 오리온(식품) 다음카카오(인터넷·모바일) 아모레퍼시픽(화장품) 등이 KTOP30에 포함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금융위가 개인투자자도 손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주가 50만원 이하 종목만 편입하기로 한 만큼 ‘고가주’들은 액면분할을 해야만 편입될 수 있다. 삼성전자도 액면분할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KTOP30지수는 다우지수처럼 30개 종목의 주가를 산술평균하는 방식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각 종목의 시가총액대로 가중 평균할 경우 삼성전자 삼성생명 등의 비중이 커지면서 자칫 ‘삼성지수’가 될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KTOP30지수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표본 종목 수가 적은 KTOP30은 전체 증시를 대변하기 힘든 만큼 보조지표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전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의 17%를 차지하는 삼성전자와 0.5%에 불과한 오리온을 비슷한 가중치로 산술평균해 지수를 만들 경우 오히려 시장을 왜곡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허란/황정수/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