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1%대 기준금리 시대가 열렸다. 한국은행은 이달 12일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종전 연2%에서 1.75%로 0.25%포인트 내렸다. 초저금리 영향으로 시중의 여유 자금은 부동산으로 몰리는 모양새다. 오피스텔 청약시장이 달아오르고 있고 아파트 모델하우스 현장마다 북새통을 이룬다. 안심전환대출, 수익공유형모기지 등 관련 상품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초저금리 시대, 부동산 투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

강태욱 하나은행 부동산팀장, 김연화 기업은행 부동산팀장, 박상욱 우리은행 부동산팀장,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팀장 등 시중은행 부동산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박상욱 우리은행 부동산팀장(왼쪽부터),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팀장, 김연화 기업은행 부동산팀장, 강태욱 하나은행 부동산팀장 등 부동산 전문가들이 24일 1%대 기준금리 시대의 부동산 투자 전략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박상욱 우리은행 부동산팀장(왼쪽부터),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팀장, 김연화 기업은행 부동산팀장, 강태욱 하나은행 부동산팀장 등 부동산 전문가들이 24일 1%대 기준금리 시대의 부동산 투자 전략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1%대 기준금리가 부동산 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까.

▷박 팀장=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아파트를 사는 데 도움이 되는 대출 상품도 많이 나왔다. 세입자들은 지긋지긋한 전세생활에서 탈피하고, 작고 낡은 아파트를 갖고 있는 소유자들은 더 크고 좋은 집으로 갈아탈 수 있는 기회다. 자산가들은 부동산 투자 비중을 높일 조짐이다. 은행 예·적금보다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은 부동산 아니면 주식뿐이다.

▷이 팀장=부동산 시장에 훈풍이 불 것이다. 은퇴했거나 은퇴를 앞둔 사람들의 고민이 크다. 고금리 때는 은행에 넣어두면 됐지만 지금은 아니다.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관심과 문의가 크게 늘어난 이유다. 대표적인 게 오피스텔인데, 월세를 받는 게 낫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젊은이들도 예외가 아닌 것 같다. 관심을 갖는 이들이 증가하고 있다.

▷강 팀장=이번에 금리가 0.25%포인트 내려간 게 부동산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건 아니다. 심리적인 영향이 크다. 2.25%에서 2%로 내려간 것과 2%에서 1.75%로 내려간 것은 완전히 다른 얘기다. 사상 처음 1%대 금리 시대가 열렸다는 상징성에 주목해야 한다. 또 앞으로 한 번 또는 두 번 정도 더 내려갈 여지가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김 팀장=심리적인 요인이 정말 크다. 저금리 기조가 어제 오늘 일은 아니지 않나. 앞자리 숫자가 2에서 1로 바뀌었다는 게 충격파를 줬다. 실수요자가 많은 만큼 주택 구입 여부에 대해 물어보는 이들이 늘었다. 각종 정부 정책 및 규제 완화로 시장이 개선될 수 있는 기반도 마련됐다. 관련 금융 상품이 연이어 나오는 등 후속 대책까지 마련돼 부동산 시장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유망 부동산은 무엇인가.

▷강 팀장=오피스텔보다 땅을 보유하고 있는 형태의 투자를 추천한다. 다가구·다세대나 단독주택이 그렇다. 오피스텔이나 상가는 분양가가 워낙 높아 수익률이 안 좋을 수 있다. 주거용은 입지만 괜찮으면 임대 수요는 충분하다. 아직 개발이 덜 된 저평가된 곳이 좋다. 건축비를 다 포함해 5억원이 채 안 들 수 있는 곳들이다. 한 예로 서울 성수동 단독주택은 요즘 많이 올랐다. 서울 내 역세권과 비교적 가까운 곳에 이런 곳들이 아직 남아 있다. 청약만 고집하지 말고 시야를 넓힐 필요가 있다.

▷이 팀장=상권이 좋은 곳에서 근린생활시설에 투자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홍익대나 건국대, 대학로 등 대학가는 최고 입지 중 하나다. 학생들 수요가 꾸준하다. 학생들은 경기에 가장 덜 민감하지 않나. 이런 곳도 땅을 일부 낀 채 투자할 수 있다. 분양형 상가만 고집할 게 아니다.

▷박 팀장=3년 전 광교신도시에서 점포겸용택지가 3억원 정도에 나왔다. 지금은 난리도 아니다. 경쟁률이 낮게는 300 대 1에서 높게는 1000 대 1에 육박했다. 땅을 기초로 하는 투자는 권장할 만한 방식이다. 앞으로도 유망할 것이다. 이제 많이 남아 있지 않지만 수도권 택지개발지구 안에 있는 점포겸용택지를 노려볼 만하다. 지방은 혁신도시 위주로 고려해 보는 게 좋다. 많이 분양됐지만 아직 가능성이 있다. 비교적 초기 분양 때 사는 게 좋다. 이미 많이 오른 곳을 사는 것은 상투일 가능성이 높다.

▷김 팀장=손품, 발품을 잘 팔아야 한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 등 공급자의 일거수일투족을 유심히 지켜봐야 한다. 청약통장이 필요 없기 때문에 누구나 접근할 수 있다. 경매 방식이기 때문에 가격을 잘 산정하는 게 중요하다. 경기에 민감한 게 단점이긴 하지만 상가는 유망 부동산임에 틀림없다. 일반상업지나 근린상업지 1층 코너(구석) 자리에 있는 상가는 특히 환금성이 좋기 때문에 더 할 나위 없이 유망하다.
"개발 가능성 높은 지역의 다가구·다세대 유망"
▶지금 집을 살 때인가.

▷강 팀장=청약 열기가 뜨겁다. 분양가도 오름세다. 지금은 과도기 성격이 좀 있어 보인다. 미래를 부정적으로 보는 것은 아니지만 좀 더 올라갈 여지가 있기 때문에 나쁘지만은 않다는 생각이다. 서울의 경우 아현동 같은 곳은 더 올라갈 여지가 있는 것 같다.

▷박 팀장=분양가가 더 올라갈지는 잘 모르겠다. 우리은행에서 내놓을 1%대 수익 공유형 모기지를 보자. 7년 후에 주거 비용이 얼마나 다를까. 주거 비용만 따지면 전세로 계속 사는 것보다 이 상품을 이용하는 게 훨씬 낫다는 결과가 나온다. 있지도 않은 전세 찾아다니느니 상품을 잘 활용하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다. 전환대출 상품인 안심전환대출도 상당히 매력적이다. 실거주 목적이라면 자신에게 적합한 상품을 찾아서 집을 사는 것도 추천한다.

▷이 팀장=하우스푸어에 대한 걱정을 안 할 수 없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3년 뒤 집값이 많이 떨어진다는 전망을 얼마 전 내놨다. 최근 가격이 많이 올라서 타이밍이 조금 늦은 건 아닌가 하는 느낌이다. 신규 수요자든 갈아타기 수요자든 잘 선택해야 한다. 웬만하면 살기 괜찮은 곳, 서울 도심 안이나 가까운 곳에서 대출을 활용해 집을 사는 게 낫다. 도심 내 재개발, 재건축이 그런 경우다. 서울 도심 외곽은 나중에 문제가 될 수 있다.

▷강 팀장=아까도 말했지만 아현동을 비롯한 재개발이 유망하다. 또 목돈이 한 번에 안 들어가니까 큰 걱정을 안 해도 된다. 은행에서 다 빌려주고 금리도 낮아졌다. 비용 때문에 외곽에서 사는 사람들이 “남편만 고생하면 된다”는 말들을 하는데, 자칫 잘못하면 모두가 고생할 수도 있다.

▷김 팀장=맞는 말이다. 직주근접이 괜히 좋은 게 아니다. 일본 사례를 보면 외곽에서 다시 도시로 회귀하는 게 유행처럼 번지면서 외곽이 공동화되는 경우가 있었다. 신도시 등 외곽이 자족도시라면 모르겠지만 잠만 자는 베드타운이라면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가능하면 도심 내에서 청약통장을 적극적으로 써 집을 구하는 것을 추천한다.

▶대출 상품이 다양한데 어떤 걸 골라야 하나.

▷이 팀장=고정금리 써서 이득 본 사람이 한 명도 없다는 말이 있다. 결과적으로 정말 그래왔다. 다들 기로에 서 있는 것 같은데 금리가 조금 높더라도 변동 여지가 있는 것이 고정금리보다 좀 더 낫지 않을까 싶다.

▷박 팀장=금리 예측은 어렵다. 아무도 판단할 수 없는 것이다. 성향에 따라 고를 수밖에 없다. 나중을 떠나 지금 이자를 확정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고정금리를 쓰는 게 맞다.

▷강 팀장=자신이 집을 얼마나 오래 보유할지 생각한 후 결정할 필요가 있다. ‘고정이 좋다, 변동이 좋다’ 제3자의 조언을 그대로 따르기보다는 자신의 재무 상태와 함께 집의 예상 보유 기간을 미리 결정해야 한다. 또 금리가 싸다고 무조건 돈을 빌리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실거주냐 투자냐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죽을 때까지 살 생각이면 30년짜리 쓰면 된다. 자산 투자 관점에서 시세차익을 원하는 경우에는 5년짜리 활용하면 된다.

▷김 팀장=맞는 말이다. 실수요자인지 투자자인지 자신의 정체성을 분명히 해야 뒤탈이 없다. 대출상품 종류가 다양하기 때문에 자신에게 맞는 걸 고르면 된다. 이자가 싸긴 하지만 얼마나 대출을 받을 거냐도 중요한 문제다. 한국은 부동산이 가계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0%에 육박한다. 대출은 집값의 30% 정도만 받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박 팀장=고정 금리냐, 변동 금리냐에 따라 다를 수 있다. 고정 금리라면 최대한 받아도 되겠지만 변동 금리라면 30% 정도만 받는 게 낫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자신이 매달 얼마나 갚아 나갈 수 있느냐다. 지금은 저금리이지만 앞으로 금리가 인상될 가능성도 포함시켜서 계획을 세우는 게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이 팀장=과거에는 대출 이자만 냈지만 지금은 원리금 균등 상환이라서 최대한 받았다가 큰일 날 수도 있다.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중요한데, 집값의 30% 정도가 무난하다. 옛날처럼 집값이 오르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청약 열풍 등 분위기에 휩쓸리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

▷강 팀장=고정이라면 최대한 다 받아도 되지 않나.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 내에서 고정이면 감사할 일 아닌가.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