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경제사회에 걸맞은 인재상은 '간판보다 실력'입니다. 안전제일 직업관을 벗어던지고, 청년층이 잡프런티어의 주역이 돼야 한다는 인식도 확산되고 있습니다. '스펙초월 채용문화'로의 사회적 인식 전환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한경닷컴과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는 롤모델이 될 전문 지식인과 맞춤형 전문대 교육프로그램을 소개하는 기획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편집자 주>

/ 나인틴에이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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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봉구 기자 ] 문정욱(35·사진)은 가능성과 잠재력을 공인받은 차세대 디자이너다. 제너레이션넥스트 신진디자이너로 선정돼 ‘2015 S/S(봄/여름) 서울패션위크’에 참가해 주목받았다. 개인 컬렉션 이름은 ‘나인틴에이티(NINETEENEIGHTY)’. 1980년생 자신의 캐릭터를 간단명료하게 담아냈다.

그는 피아노 작곡가를 꿈꾸던 소년이었다. 4년제 음대에 입학했지만 생각했던 것과 달랐다. 고민 끝에 관심 있던 패션으로 방향을 틀었다. 재수해 간 곳이 안양과학대 의상디자인과(현 연성대 패션스타일리스트과)였다. 패션디자인은 몸에 잘 맞는 옷 같았다. 졸업 후 옴브루노·피에르가르뎅·애드호크 등 이름만 들으면 알 만한 브랜드에서 일하며 팀장까지 달았다.

하지만 그는 지난 2012년 10년간의 직장생활을 정리했다. 틀에 갇히는 느낌 때문이었다. 자신만의 브랜드로 승부해보고 싶었다. 결심하자 길이 열렸다. 캘빈클라인 출신의 해외 패션브랜드 대표가 그를 점찍었다. 곧바로 파트너십 계약을 맺고 개인브랜드를 론칭(출시)했다.

“싱가포르의 인버티드엣지 데브라 랭글리(Debra Langley) 대표가 제 포트폴리오를 보고 연락해 왔어요. 캘빈클라인 아시아지사장을 지낸 분이죠. 저는 줄곧 남성복 브랜드 회사에서 디자인 업무를 했습니다. 그런데 포트폴리오엔 여성 주얼리 쪽도 있었어요. 여성복 브랜드를 제안하더군요. 제가 도전의식이 있는지 시험해보려 한 것 같아요.”

‘심플리크(심플+유니크)’ 스타일을 표방한 여성캐주얼 브랜드 나인틴에이티가 론칭과 동시에 해외브랜드에 입점한 사연이다. 보통 신진 디자이너는 자기 자본금을 들여 론칭한 뒤 대중브랜드와 협의해 입점한다. 문 디자이너처럼 해외에서 초기 투자를 받는 사례는 흔치 않다.
'2015 S/S 서울패션위크'에 컬렉션을 선보인 문정욱 디자이너(왼쪽 5번째). / 한경 DB
'2015 S/S 서울패션위크'에 컬렉션을 선보인 문정욱 디자이너(왼쪽 5번째). / 한경 DB
실력이 검증되자 국내 업계에서도 러브콜이 이어졌다. 나인틴에이티는 롯데백화점 자체 편집숍인 유니크샵에 입점해 두각을 나타냈다. 롯데백화점 잠실점과 부산본점 두 군데에서 나오는 월 매출이 평균 2000만원에 달했다.

문 디자이너는 현재 서울시 지원을 받는 패션인큐베이팅 전문기관 서울패션창작스튜디오에 입주해 있다. 5월께 스튜디오에서 나가면 법인사업체로 전환해 브랜드를 본격 키울 계획. ‘패션왕’을 꿈꾸는 그의 강점은 회사 실무 경험을 토대로 자신의 브랜드를 만들어낸 균형감각이다.

“패션디자인은 산업이에요. 실용적, 상업적 부분을 봐야죠. 직장생활 거치지 않고 공부 마친 뒤 곧바로 작업하는 디자이너 중엔 현실과 타협 못하는 케이스가 많아요. 자기 감성이 제일 중요한 겁니다. 그래선 안 돼요. 관건은 예술적 감성을 상업적으로 어떻게 녹여내느냐죠. 판매와 비주얼 전략상품으로 이원화해 다양한 수요를 충족시키는 게 저의 승부수입니다.”

☞ (14)'나인틴에이티' 문정욱 디자이너

한경닷컴 김봉구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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