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 절반 "내 제자들 대기업·벤처 취직했으면…"
국내 주요 대학 교수들은 제자가 졸업 후 국내 ‘30대 대기업’에 들어가는 것을 가장 선호하며 대기업이라면 어느 곳에 들어가도 좋다는 의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각한 취업난 탓에 도전보다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직장을 찾길 바라는 것으로 풀이된다.

22일 한국경제신문이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서강대 성균관대 한양대 중앙대 경희대 한국외국어대 서울시립대 이화여대 숙명여대 등 서울시내 12개 대학교수 5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제자들이 취업하길 바라는 직장 1순위는 ‘30대 대기업’(27.8%)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는 ‘IT 등 벤처기업’(18.5%)이었다.

주요 대학 교수들은 ‘조직 내부에서 성장할 기회가 많다’(73.3%)는 이유로 30대 대기업을 가장 많이 꼽았다. 대기업에 취직하면 기업의 ‘별’인 임원이나 경영진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 밖에 ‘보수가 많고 안정적이다’(20.0%) ‘이직할 때 유리하다’(6.7%) 등의 답변도 나왔다.

교수들은 제자가 어느 대기업에 들어가면 좋겠느냐는 질문에 66.7%가 ‘대기업이면 어디든 상관없다’고 답했다. 취업난이 가중되면서 대기업 취업 문이 더욱 좁아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어 ‘삼성그룹 계열사’(18.5%) ‘LG그룹 계열사’(5.5%) ‘현대·기아자동차그룹 계열사’(3.7%) 등의 순이었다.

정보기술(IT) 분야 등 벤처기업에 취업하면 좋겠다고 응답한 교수의 60%는 대기업 직원보다 사회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응답했다. 한 대학교수는 “가능한 한 젊은 나이에 창업해 큰 부가가치를 만들 수 있는 아이템을 찾아내거나 실패를 맛보더라도 도전해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창업을 준비할 수 있다’(20.0%) ‘IT 등 벤처기업이 더 큰 부가가치를 만들 수 있다’(20.0%)는 응답이 뒤를 이었다.

대학교수들이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스펙은 학업 성적과 학벌이었다. 설문 결과 응답자의 33.3%는 취업에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스펙으로 ‘학업 성적과 학벌’을 꼽았다. 이어 ‘창의성’(22.2%) ‘인턴십 등 실무경험’(20.4%) 순이었다.

반면 학생들이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 취득하는 영어 성적을 꼽은 응답자는 1.8%에 불과했다. 공모전 등 수상 경력이나 자격증 유무를 꼽은 응답자는 하나도 없었다. 교수들은 영어 성적이나 수상 경력보다는 오히려 부모 등 성장 배경(3.7%)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