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왼쪽)과 김범수 다음카카오 의장.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왼쪽)과 김범수 다음카카오 의장.
네이버의 모바일 메신저 라인은 세계적으로 6억명의 가입자를 모았다. 하지만 월간활동사용자(MAU)로 측정하는 실제 이용자 수는 1억8100만명에 그친다. 경쟁 메신저인 와츠앱(7억명) 페이스북메신저(5억명) 위챗(5억명) 등에 크게 뒤진다. 다음카카오의 카카오톡도 가입자는 1억7000명에 이르지만 MAU는 4800만명에 불과하다.

네이버와 다음카카오의 성장세가 과장됐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다른 신규 서비스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이미 수많은 경쟁자가 비슷한 서비스를 내놓고 있어 뒤늦게 ‘유사품’을 내놓기에 바쁘다는 비아냥만 듣고 있다.

○카톡 이용자 오히려 줄어

네이버와 다음카카오 모두 라인과 카카오톡을 미래 성장 동력의 중심축으로 삼고 있다. 네이버의 지난해 매출 증가는 대부분 라인에서 나왔다. 작년 네이버 전체 매출은 2조7619억원으로 전년 대비 4746억원 늘었다. 이 중 라인 매출은 7587억원으로 같은 기간 3075억원 증가했다. 라인을 제외하면 네이버의 매출 증가율은 20.7%에서 9.1%로 줄어든다.

광고 게임 스티커 배달 결제 등 수익 모델을 계속 붙여 이용자 한 명당 매출을 늘릴 수는 있다. 하지만 MAU가 경쟁 메신저만큼 늘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성장은 둔화될 수밖에 없다.

일본 대만을 제외하면 대부분 태국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국가 이용자여서 선진국 이용자만큼 지출이 크지 않다는 문제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선진국에선 대부분의 이용자가 이미 한두 개 메신저에 정착하고 있어 이들을 데려오기란 매우 힘들다”고 말했다. 카카오톡은 ‘카톡 검열’ 속에서도 국내 MAU가 지속적으로 늘었다는 데 안도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와 해외를 합한 MAU는 2013년 5000만명을 꼭짓점으로 하락하고 있다.
네이버-다음카카오 '한 방'이 없다
○신규 서비스 성과 없어

두 회사는 최근 신규 서비스를 쏟아내고 있다. 뚜렷한 성과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다음카카오가 작년 9월 출시한 모바일 뉴스 서비스인 카카오토픽은 순이용자가 11월 35만명까지 늘었으나 올 2월 17만명으로 반토막이 났다.

마찬가지로 작년 9월에 출시한 카카오페이는 현재 300만명의 가입자를 모았으나 결제 가맹점이 교보문고 배달의민족 등 60여곳에 불과하다. 송금 서비스인 뱅크월렛카카오도 가입자 등의 지표를 공개하지 않고 있으나 이용이 활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업체의 서비스를 참고한 유사품 내놓기에 바쁘다는 비판도 나온다. 쿠팡 티켓몬스터 등 소셜커머스와 비교되는 카카오픽, 이지택시 단골택시 등 중소업체들이 먼저 진출해 있는 모바일 택시콜 서비스(카카오택시) 등이다.

다음카카오는 지난 1월엔 ‘사진 공유’와 ‘일정 시간 후 삭제’ 기능을 결합한 ‘쨉’을 출시해 인스타그램과 스냅챗을 섞은 것 아니냐는 지적을 들었다. 네이버가 준비 중인 사진 SNS 폴라도 인스타그램과 비슷하다는 말을 듣고 있다.

중장기적으로 네이버와 다음카카오는 경쟁력을 회복할 것이란 기대가 높다. 하지만 한번 성공을 거둔 기업이 계속해서 서비스를 성공시키긴 어렵다는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카카오톡의 성공 역시 모바일 인터넷 초기였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설명이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