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헌 기자 dhch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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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성과 건전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보겠습니다.”

18일 주주총회를 거쳐 취임한 조용병 신한은행장이 내놓은 취임 일성이다. 리딩 뱅크로서의 자리를 굳건히 하기 위해 수익성과 건전성 어느 하나도 놓치지 않겠다는 의욕을 내비쳤다. 해외 진출을 통한 글로벌 역량 강화와 자산운용 경쟁력 제고를 방법론으로 제시했다.

◆글로벌·자산운용 강화

조 행장은 이날 취임식 뒤 기자간담회에서 “은행의 본업은 리스크관리이고 첫 번째로 강조돼야 할 게 건전성”이라고 말했다. 은행들의 영업수익은 비슷하지만 건전성 싸움에서 실적이 갈린다는 얘기다.

그는 “어떻게 보면 모순인 것 같지만 건전성과 수익성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겠다”고 강조했다.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주요 방법으로는 글로벌 사업 확대를 꼽았다. 다만 현재 진출을 추진 중인 국가 외에 새로운 지역으로 확대할 계획은 없다고 덧붙였다. 이미 진출한 지역의 사업과 추진 중인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얘기다. 그는 “현지 정부의 허가를 받는 과정이 힘들어 새로 진출하는 것은 쉽지 않다”며 “기존 글로벌 사업을 정교하게 만들고 심화하는 게 성과를 올리는 길”이라고 설명했다.

자산운용 능력 제고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이제는 해외에 진출할 때 은행과 자산운용사가 같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룹이 갖고 있는 계열사 플랫폼을 적극 활용해 시너지 효과를 내야 한다는 의미다. 은행장 취임 전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사장으로 일한 조 행장은 “연 1%대 금리가 현실화되면서 자의든 타의든 은행 고객이 자본시장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며 “이 같은 상황에선 자산운용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시장 환경뿐 아니라 정부의 정책 방향도 자본시장 육성에 방점이 찍혀 있다”며 “이 같은 흐름에 맞게 자산운용 경쟁력을 높이려면 치열한 노력으로 내부 프로세스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핀테크, 제대로 대응해야”

조 행장은 또 “정보통신기술(ICT) 발달에 따라 새로운 경쟁자가 등장하면서 업종을 뛰어넘는 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고 말했다. 핀테크 산업 발달에 대한 위기감을 가져야 한다는 얘기다.

그는 “핀테크나 인터넷은행 등의 새로운 금융을 보수적으로 보느냐 적극적으로 보느냐를 떠나서 전략과 로드맵을 가지고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핀테크 산업이 성공하든 그렇지 않든 경쟁자에 대해 잘 알고 대응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실적 1위를 차지한 기술금융에 대해서는 “단순히 정부정책에 부응하는 게 아니라 새롭게 열리는 시장에 대응하고 있는 것”이라며 “올해도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말했다.

조 행장은 간담회 도중 거듭해서 “현재 성과에 만족할 때가 가장 위험한 순간”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5년 연속 당기순이익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아 조직의 긴장감이 풀어질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신한은행 직원 모두 ‘현재에 머물지 않고 원대한 뜻을 이루고자 끊임없이 노력한다’는 뜻의 사자성어 ‘치원공니(致遠恐泥)’를 가슴에 새겨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한편 신한은행은 이날 주총에서 조용병 신임 신한은행장을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했다. 또 황선태 전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과 황국재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 후쿠다 히로시 한국오사카상공회의소 부회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박신영/박한신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