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예금의 '굴욕'…기준금리 인하로 수시입출 월급통장보다 금리 낮아져
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월급통장으로 주로 사용되는 수시입출금식 예금 금리보다 낮아지는 이례적 현상이 나타났다. 은행들이 앞다퉈 정기예금 금리를 내리는 반면 수시입출금식 예금 금리는 조정하지 않아서다. 은행 수신의 근간인 정기예금이 위기를 맞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1.75%로 내린 뒤 농협은행은 정기예금인 ‘큰 만족 실세예금’ 금리를 연 1.55%까지 낮췄다. 하나은행도 ‘고단위플러스 정기예금’ 금리를 연 1.8%로 내렸다. 다른 은행의 정기예금 금리도 연 1.8~1.9%로 대부분 2% 아래로 떨어졌다.

이에 비해 상당수 은행의 수시입출금식 예금 금리는 연 2%를 유지하고 있다. 국민은행의 ‘KB스타트 통장’과 기업은행의 ‘IBK뱅크월렛 통장’, 우리은행의 ‘우리청춘100세 통장’ 등은 연 2%의 이자를 주고 있다. 매달 잔액이 100만원 이하일 경우에 한해서다.

수시입출금식 예금은 필요할 경우 아무때나 돈을 입금하거나 출금할 수 있는 예금이다. 월급통장이 대표적이다. 은행이 자금 흐름을 예측할 수 없어 전통적으로 낮은 금리를 준다. 그런데도 최근 정기예금 금리보다 높아진 것은 은행들이 정기예금 금리는 인하한 반면 수시입출금식 예금 금리는 조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떤 식으로든 고객을 붙잡기 위해서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