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언론사의 비리나 부정을 개탄하는 것이 유쾌한 일은 아니다. 동업자요 경쟁사이기에 더욱 그렇다. 보도와 기사를 광고나 협찬의 도구로 삼거나 카메라 렌즈를 영업수단으로 동원한다면 이는 언론이기를 포기한 것과 같다. 지방의 구석진 곳에서, 그리고 이미 4000개를 넘겼다는 인터넷 미디어의 말단에서 종종 그런 일이 발생한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종편까지 운영하고 있는 소위 5대 주요 매체에 속하는 미디어 중 하나가 이런 지경이라고 한다.

‘여의도 찌라시’들이 1보, 2보 식으로 전하고 있는 한 종편방송과 그 모회사인 특정 신문에 대한 최근의 풍문은 듣기에도 민망하다. 이 종편방송사의 광고 자회사인 미디어렙에서 유출됐다는 ‘영업일지’가 바로 그렇다. 막상 공개되고 보니 언론사 전체가 얼굴을 붉힐 수밖에 없는 내용들이 가득하다. 이 회사가 기자들을 동원해 무리한 압박성 광고 영업을 추진해왔다는 사실, 광고비를 받은 뒤 우호적 기사를 내보낸 정황, 재방송을 빌미로 금품수수가 있었던 점을 이 문건은 추정케 하고 있다.

이는 편성과 광고를 분리하고 직접 영업을 금지한 방송광고법을 정면으로 부정한 것이기도 하다. 문제는 이 종편사의 모회사까지 비슷한 영업관행을 보여왔다는 사실이다. 경쟁 언론사의 정상적인 영업을 끊임없이 방해하는 것에 더해 경쟁사에 협조적인 기업들을 겁박하는 등의 조폭식 영업행위가 근절되지 않고 있는 것은 개탄스런 일이다.

수많은 기업이 이런 위협에 노출돼 있을 것이다. 공직자가 아닌 기자들까지 ‘김영란법’에 포함될 지경에 이른 것은 이런 퇴행적 경영관행에도 적지 않은 책임이 있다. 이런 겁박과 위협은 일부 허점이 많은 국가기관의 장(長)들에까지 감행되기에 이르렀다. 이번에 공개된 소위 일지에는 ‘OO광역시, ××를 통해 예산이 증액될 수있도록 작업 예정’이라는 문구도 포함돼 있다고 한다.

한국에서 악화가 양화를 가장 쉽게 구축할 수 있는 분야가 언론이라는 말도 있다. 실로 실망스럽다. 언론은 자유롭고 독립적인 존재다. 그 때문에라도 더욱 스스로에게 엄정해야 하지 않겠는가. 해당 언론사의 깊은 반성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