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가을·겨울(F/W) 서울패션위크가 오는 20일부터 25일까지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개최됩니다. 한경닷컴은 국내 최대 패션 축제인 서울패션위크 개막을 맞아 패션 한류를 이끌고 있는 서울컬렉션 디자이너들을 만났습니다. 세 편의 인터뷰를 통해 국내 최정상 디자이너들이 보는 한국 패션 시장과 패션 한류의 미래에 대해 다룹니다. [ 편집자 주 ]
송지오 송지오옴므 대표(사진=한경닷컴 진연수 기자)
송지오 송지오옴므 대표(사진=한경닷컴 진연수 기자)
[ 오정민 기자 ] "디자이너 송지오의 이름을 단 브랜드를 꾸준히 늘려나갈 계획입니다. 장기적으로 '캘빈클라인', '랄프로렌'과 같이 다양한 서브 브랜드를 구축해 총 연매출 1000억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이를 위해 2~3년 안에 여성복 브랜드를 추가로 론칭할 계획입니다."

이달 20일 개최되는 서울패션위크 서울컬렉션의 첫 무대를 장식하는 송지오 송지오옴므 대표는 "현재 지오송지오, 송지오옴므 등 브랜드의 합산 연매출이 700억원대이지만 아직 모자라다"며 이 같이 밝혔다.

한국 남성복 업계를 대표하는 송 대표는 경영 마인드를 갖춘 디자이너로도 손꼽힌다.

패션 비즈니스를 꿈꿔 공부를 시작한 송 대표는 1993년까지 에스모드 서울의 교수로 재직했다. 이후 자체 여성복 부티크 에스빠스 블루에 이어 LF(당시 LG패션)의 여성복 브랜드 옴스크(OMSK)를 이끌었고, 1999년에는 남성복으로 전향해 송지오옴므를 론칭했다.

현재는 남성복 컬렉션인 송지오옴므를 주축으로, 라이선스 방식으로 가두매장(협력사 타스토조)과 홈쇼핑에서 서브 브랜드 '지오송지오'를 주력으로 운영하고 있다. 2003년 CJ오쇼핑, 협력사와 손잡고 시작한 남녀공용 홈쇼핑 브랜드 '지오송지오'는 12년간 누적 매출이 4000억원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송 대표는 본인을 '숫자에 강한 디자이너'로 자평했다. 규모의 경제를 통한 경쟁력 확보가 정글 같은 패션업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필수란 게 그의 지론이다.

그는 "덩치를 키워야 정말로 하고 싶은 작업을 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긴다"면서 "역사는 반복되기 때문에 선진국의 패션 역사를 꾸준히 공부한 게 사업의 방향성을 설정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섣부른 사업 확장은 시도하지 않을 예정이다. 불경기로 사업을 중단하거나 시작하지 못한 라이선스 브랜드 '송지오골프', '송지오블랙' 등에 비춰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추진했던 중국 진출도 잠정 중단했다. 그는 "중국 현지 기업과 합작해 신규 브랜드 '송지오스포츠' 론칭을 시도했지만 성공하기에는 불확실성이 높다고 봤다"면서 "현재 파리에서 수주를 받고 있는 자체 제작분 지오송지오의 중국 바이어 주문 추이를 지켜보고 재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3년간 파리에서 지오송지오 제품을 수주하는 중국 편집숍의 바이어 수가 급격히 증가했지만 실질적인 경영 성과를 내기 위해선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디자이너의 본질적인 경쟁력을 확보해야만 브랜드 확장과 롱런이 가능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송지오 송지오옴므 대표(사진=한경닷컴 진연수 기자)
송지오 송지오옴므 대표(사진=한경닷컴 진연수 기자)
송 대표는 2007년 파리컬렉션에 진출한 후 현지에서 꾸준히 쇼를 선보이고 있다. 파리법인을 운영하면서 투자를 집행, 패션의 주류인 유럽에서 인지도를 넓히는 데 힘썼다. 이 같이 내실을 기한 것이 서브 브랜드를 운영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파리컬렉션을 비롯해 본질적인 디자인 경쟁력을 다지는 데 힘써 규모의 성장은 더뎠지만 흔들리지 않는 브랜드 가치가 구심점으로 작용했다"며 "캐릭터 캐주얼 지오송지오와 유사한 성격의 컨템퍼러리 여성복 브랜드를 2~3년 뒤 확충, 규모를 확장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패션 한류인 K패션에 대한 송 대표의 견해는 어떨까.

송 대표는 "해외시장에서 K패션을 논하기는 아직 어렵다"며 "우영미, 정욱준 디자이너와 같이 세계시장에서 존재감 있는 디자이너가 훨씬 많이 늘어야 'K패션'이라고 부를 수 있는 흐름이 형성될 것"이라고 잘라말했다.

대신 K패션을 조성할 수 있는 환경이 무르익고 있다는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유럽에서 새로운 문화를 받아들이려는 분위기가 조성됐고, 한류 붐과 함께 뛰어난 젊은 디자이너들이 각광받아 K패션이 싹틀 수 있는 시기라고 판단했다.

이어 K패션의 부흥을 위해선 기업들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각 디자이너들이 각개격파로 해외 시장에 나가 고군분투하고 있는 현실을 전한 것이다.

송 대표는 "한국 디자이너와 패션산업은 아직 인디(인디펜던트의 약자·저예산 독립 프로덕션)"라며 "산업의 역사가 짧고, 디자이너들이 역량을 펼치기에 국내 업계가 성숙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소위 '명품'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선 한국 디자이너 브랜드에 대한 장기적인 시각을 바탕으로 한 투자와 육성이 절실하다는 분석이다.

송 대표는 "한국백화점 명품관 1층에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들이 단독 입점한 사례는 거의 없다"면서 "업계에서 명품 브랜드에 대한 목마름이 여전한데 명품도 이미 산업이기 때문에 디자이너 혼자만의 힘으로 만들기는 어렵다"고 토로했다.

한편 송 대표는 최근 내수 침체에도 불구하고 남성복 시장의 미래는 비교적 밝다고 전망했다. 멋에 눈뜬 남자들이 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는 "유럽에서 한국 남자는 '아시아의 이탈리안'이라고 불린다"면서 "인품과 내면으로부터 우러나는 멋스러움을 갖춘 한국 남자인 '도령'을 테마로 해외에 한국 패션을 알릴 것"이라고 자신했다.
송지오옴므 2015 가을·겨울 컬렉션(사진=송지오 옴므 제공)
송지오옴므 2015 가을·겨울 컬렉션(사진=송지오 옴므 제공)
글=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 사진=진연수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