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금융연구원장 향한 은행들의 냉소
신성환 한국금융연구원장이 16일 취임했다. 금융연구원은 한국 대표 금융시장 싱크탱크다. 금융연구원장은 금융을 ‘세계 일류’로 이끄는 데 핵심 역할을 해야 한다.

하지만 신 원장의 취임 소식에 몇몇 전문가들은 “누가 원장이 되고 무슨 일을 하든 관심 없다”고 답했다. 2012년 말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 캠프인 국민행복추진위원회에서 활동해 ‘낙하산’으로 분류된 점을 에둘러 표현한 말일 것이다.

신 원장은 이런 반응이 억울할 것이다. 금융 쪽에서 나름 경력과 실적을 쌓아온 점은 보지 않고 정치적인 시각으로만 바라보는 여론이 마뜩잖을 것이다. 하지만 캠프 출신이 최근 줄줄이 금융회사의 감사와 사외이사 자리를 꿰차고 있는 분위기라 그의 해명은 그닥 힘을 얻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연구원은 민간연구원의 성격이 강한 기관이다. 예산을 대는 금융회사 22곳이 회원이고, 이 중 5곳의 은행장이 이사회 멤버다.

역대 금융연구원장의 면모를 보면 정권 창출에 힘을 보탠 이들이 상당수다. 때문에 금융연구원의 정체성에 의문을 품는 시선이 적지 않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금융연구원의 세미나 토론회는 금융당국의 정책 발표 전에 공감대를 만들고 여론을 살피려는 취지가 많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도 “정부 정책이 방향을 잘못 잡을 때는 학문적 근거에 바탕해 쓴소리를 해야 하는데 그런 모습을 본 적이 없다”며 아쉬워했다. 신임 금융연구원장이 ‘낙하산 논란’에서 벗어나기 위해 귀 기울여야 할 말들이다.

이날 신 원장은 취임사를 통해 “국내 금융산업의 수익성 회복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산업 발전을 위해 어떤 연구를 할지 주목된다.

박신영 금융부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