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대 에리카캠퍼스가 35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눈부신 발전을 이룰 수 있었던 배경엔 학교 부지의 4분의 1을 사회에 내놓기로 한 과감한 결단이 있었다.

1995년 에리카캠퍼스(당시 안산캠퍼스)가 전국 60여개 기관과의 경쟁 끝에 국책사업이었던 안산테크노파크 유치에 성공하자 고무된 한양대는 안산에 산·학·연 클러스터 조성을 계획했다.

당시 유치 작업에 참여했던 이재성 한양대 에리카부총장은 “지방 분교라 연구시설도 대학원생도 없는 등 모든 것이 열악한 상황에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유치에 나섰다”며 “테크노파크 유치는 분교가 본교로부터 독립해 독자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고 말했다.

당시 총장이던 김종량 한양대 이사장이 “왜 대학 자산을 헐값에 내주느냐”는 교수와 학생 등의 반발에도 교내 빈 땅을 20년 무상 임대 등의 조건으로 연구기관 유치에 제공하기로 결단했다. 이 부총장은 “반대파 주장에 따라 그 땅을 그대로 놔뒀으면 아직도 개발이 안 된 황무지로 남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양대가 20년 무상 임대 등의 조건으로 땅을 내놓자 2002년부터 한국생산기술연구원 한국산업기술연구원 한국전기연구원 등 국책 연구기관이 차례로 입주를 확정했다. 2005년엔 애초 안산을 후보지로 고려조차 하지 않았던 LG이노텍이 한양대의 산·학·연 클러스터 구상에 매력을 느껴 입주를 결정했다.

산·학·연 클러스터 조성 후 에리카캠퍼스는 급격한 성장세를 보였다. 2004년 정부의 ‘산학협력중심대학 육성사업’에 수도권 대학으로선 유일하게 선정되며 5년간 350억원을 지원받았다. 김우승 LINC사업단장은 “산학협력중심대학 선정은 에리카캠퍼스가 한 단계 도약하는 발판이 됐다”며 “분교라는 사회적 인식을 극복해 더욱 값진 성과였다”고 말했다.

안산=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