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 작가 오에 겐자부로 "일본, 위안부에 사죄했다고 말할 수 없다"
“일본은 태평양전쟁 패전 이후 70년 동안 평화주의를 지켜왔습니다. 전쟁을 하지 않음으로써 평화주의 지침을 지킨 것이죠. 그런데 일본의 평화 헌법을 부정하려는 아베 정권의 움직임이 있는데 저는 거기에 반대합니다.”

1994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일본의 대표 작가 오에 겐자부로(80·사진)가 과거사 사과에 미온적인 아베 정권에 대해 이같이 쓴소리를 날렸다.

오에는 13일 오전 서울 서교동에서 열린 장편소설 ‘익사’ 한글판 출간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그동안 자신이 해왔던 평화 운동과 작품 세계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세계 평화 유지와 관련해 일본이 어떤 노력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주변국 지적을 찬성할 수밖에 없다”며 일본 정권의 변화를 촉구했다.

1957년 등단한 오에는 1994년 ‘만엔 원년의 풋볼’로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그는 전후 일본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천황제와 군국주의, 평화에 대해 많은 글을 썼다. 2009년 일본에서 발표해 이번에 국내에 소개한 ‘익사’에도 평화를 추구하는 그의 사상이 들어 있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 조코 코기토는 아버지에 관한 소설을 쓰기로 결심한다. 그의 아버지는 군인들과 궐기를 준비하다 홍수로 불어난 물에 빠져 숨졌다. 조코는 아버지의 명예를 회복하려고 어머니가 남긴 ‘붉은 가죽 트렁크’를 참조해 ‘익사’를 소재로 한 소설을 준비한다.

소설 속 또 다른 주인공 우나이코는 주인공이 소설을 쓰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그는 어릴 적 큰아버지에게 성폭행을 당한 뒤 야스쿠니 신사에서 임신 사실을 알게 된다. 국가가 여성에게 가한 폭력을 상징적으로 드러낸 장치다. 오에는 “국가가 일으킨 전쟁에서 생겨난 것이 위안부라고 본다”며 “정부나 일본 국민이 충분히 사죄했다고 말할 수 없다”고 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