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까지 주려했던 팀 쿡의 '잡스 사랑'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간암으로 투병하다 2011년 타계한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에게 자신의 간을 이식해주려 했던 사실이 밝혀졌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12일(현지시간) 위중한 병세에도 잡스가 쿡의 제안을 거절했다며 잡스의 생애를 다룬 신간 ‘스티브 잡스 되기(Becoming Steve Jobs)’를 인용해 전했다. 이 책은 1991년 잡스와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의 대담을 마련하기도 했던 경제전문지 포천의 전 편집장 브렌트 실렌더가 쓴 책으로 오는 24일 출간될 예정이다.

2008년 말 잡스는 5년 전 수술로 완치된 줄 알았던 췌장암이 간으로 퍼졌다는 진단을 받았다. 의료진들은 잡스의 간 기능이 이듬해 4월이면 멈출 것으로 예상했다. 잡스는 그해 1월 회사에 병가를 내고 기증자를 찾기 위해 캘리포니아 장기 이식 센터에 등록했다. 하지만 혈액형이 같은 기증자가 적은 데다 간경변증이나 간염환자에게 이식의 우선권을 주는 센터의 정책 때문에 6월에야 이식이 가능하다는 통보를 받았다. 잡스는 멤피스 장기이식센터에 추가로 등록했지만, 적절한 기증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쿡은 혈액검사를 통해 잡스에게 간 이식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낸 뒤 캘리포니아주 팰러앨토에 있는 잡스의 집까지 찾아가 간 이식을 제안했다. 당시 잡스는 배 속에 물이 고이는 증상으로 침대에서 나오지 못할 정도로 힘들어했다. 쿡은 “내가 입을 열자마자 잡스는 제안을 단칼에 거절했다”며 “잡스는 나의 건강을 위해 이기적으로 행동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잡스에게 ‘간을 이식해도 위험하지 않다’며 자신의 건강상태 보고서까지 들고 왔지만 잡스의 고집을 꺾을 수는 없었다. 쿡은 책에서 “잡스를 알고 지낸 13년 동안 그가 4~5번 정도 내게 소리를 질렀는데, 한 번이 그때였다”고 회상했다. 쿡은 2004년과 2009년은 물론 2011년 그가 병가를 냈을 때 애플 CEO 대행을 맡을 정도로 잡스가 믿는 몇 안 되는 인물이었다. 2009년 3월 멤피스에서 기증자가 나타나자 잡스는 수술을 받았고, 5월에 회사에 복귀했다. 하지만 췌장암은 다시 재발했고 그는 2011년 10월 타계했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