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과잉에 가격 급락…'미운 오리' 파라자일렌
석유화학업계가 합성섬유의 기초 원료인 파라자일렌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국내 업체들이 중국 시장을 겨냥해 공격적으로 공장을 증설했으나 시장 수요 감소로 제품값이 급락한 데다 중국 업체의 추격이 거세지고 있어서다.

파라자일렌 가격은 지난해 7월까지만 해도 당 1400달러 수준이었지만, 이후 줄곧 약세를 면치 못하며 1000달러 아래에 머물렀다. 올 들어 900달러 수준까지 상승했지만, 업계에서는 일시적 반등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 업체의 공장 정기보수로 가동률이 떨어지면서 빚어진 수급 불균형으로 가격이 반등하고 있으나 악재가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수년간에 걸친 대대적인 생산라인 신·증설로 인한 공급과잉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폴리에스테르 수요 둔화로 테레프탈산(TPA) 공장 가동률이 떨어지면서 파라자일렌 수요는 회복될 조짐이 없다.

파라자일렌은 세계 합성섬유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이 주된 수요처다. 2000년대 말 중국의 합성섬유 수요가 급증하면서 국내 석유화학업체들은 경쟁적으로 파라자일렌 공장 증설에 뛰어들었다. 중국에 쫓기던 에틸렌, 프로필렌 등 범용 석유화학제품에서 탈피해 중간 원료 시장에서 새 먹거리를 찾기 위한 전략이었다.

SK이노베이션은 정유설비 투자를 최소화하는 대신 파라자일렌에 공격적으로 투자했다. 자회사인 SK종합화학 SK인천석유화학 등을 통해 지난해에만 200만을 증설했고 연간 281만의 파라자일렌 생산능력을 갖췄다.

삼성토탈도 지난해 70만이던 생산능력을 170만으로 키웠다. 에쓰오일은 2011년 1조4000억원을 들여 연간 70만이던 파라자일렌 생산능력을 180만으로 늘렸고 현대코스모도 2013년 38만에서 118만으로 증설했다. SK종합화학 등 7개사의 파라자일렌 생산능력은 959만으로 4년 새 두 배가량 늘었다.

국내뿐 아니라 중국 등 아시아지역에서도 파라자일렌 공장 증설 바람이 거셌다. 지난해 아시아 지역의 신증설 규모만 세계 파라자일렌 생산능력의 13%인 600만에 달했다.

문제는 향후 전망을 낙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중국 파라자일렌 공장 가동률이 70%대에 머물고 있어서다. 중국 파라자일렌 업체들의 가동률이 높아지면 수출의 60% 이상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국내 업체들의 입지가 좁아질 수밖에 없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의 수혜도 기대하기 어려운 처지다. 파라자일렌의 경우 중국산 관세는 철폐됐으나 한국산에 붙는 2%의 관세는 철폐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파라자일렌 자급률은 아직 50% 수준이어서 중국 경기 회복 여부에 따라 시장이 회복될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도 “당 2000달러를 웃돌던 2, 3년 전의 호황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