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3월6일 오후 4시30분

[마켓인사이트] 더 못버텨…주식·땅 내다파는 기업들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보유 주식과 부동산을 내다 파는 기업이 늘고 있다. 악화된 재무구조를 개선하거나 불황을 견뎌낼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주식을 매각하는 대신 담보로 돈을 빌리며 버티다 반대매매로 경영권이 넘어가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상장사들이 올 들어 이달 6일까지 주식 부동산 등 보유 자산을 매각한다고 공시한 건수는 93건, 금액은 4조7738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70건, 9906억원)보다 건수는 1.3배, 액수는 4.8배로 급증했다.

상장사들이 매각에 나선 자산은 주식이 4조4387억원어치로 전체의 90%를 넘는다. 한진해운은 오는 31일 스페인 알헤시라스 항만의 터미널 운영사 지분 100%를 1461억원에 매각한다.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1조5000억원의 차입금을 갚기 위해서다. 한진해운은 해외법인 사옥과 노후 선박 등을 추가로 팔 계획이다.

불황 이어지자 현금 확보 안간힘…상여금도 자사주로 지급

기업은행은 자산 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보유하고 있는 KT&G 주식 전량(지분율 6.93%)을 7600억원에 매각하기로 했다. 기업은행은 이마트 주식 63만5000여주(3.4%)에 대한 매각계획도 세우고 있다.

부동산 처분도 줄을 잇고 있다. 올 들어 매각계획이 공시된 물량은 3350억원 규모다. 화물운송 업체인 삼일은 오는 5월 경북 포항시 대잠동 화물터미널 부지를 633억원에 매각하기로 했다. 이 회사 시가총액(379억원)의 두 배에 가까운 규모다. 회사 관계자는 “경기불황에 대응해 현금을 확보하고 차입금 500억원을 조기에 상환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골판지 제조업체인 삼보판지는 경기 부천시에 보유하고 있는 2만1037㎡ 규모 유휴토지를 다음달 431억원에 팔기로 했다. 이 회사 시가총액(1263억원)의 3분의 1 규모다.

기업들은 직원 상여금도 자사주로 지급해 현금을 아끼는 추세다. 현대중공업은 오는 6월까지 총 1566억원 규모의 격려금(통상임금의 150%)을 직원들에게 자사주로 지급할 예정이다. 작년에는 격려금 200%를 현금으로 줬다. 2010년 이후 5년 만에 자사주로 지급하는 격려금이다.

재무구조 악화로 주식 담보대출을 활용하는 기업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012년 말 3조8800억원 수준이던 신용공여 잔액은 지난해 말 5조770억원으로 2년 새 1조2000억원 늘었다. 이 가운데 대부분은 개인투자자가 아닌 기업 대주주나 계열사인 것으로 업계는 추정한다. 대기업의 주식담보 대출도 증가하고 있다. 기업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30대그룹 중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주식담보 비율이 50%를 넘어선 곳은 두산 동부 한진 태광 효성 한화 금호아시아나 등 7개다.

주식담보 대출 뒤 반대매매로 경영권이 뒤바뀌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주식을 담보로 돈을 빌려준 증권사들이 장내에서 싼값에 주식을 팔아 치워서다. 반대매매란 금융회사가 담보로 잡고 있는 주식의 주가가 하락해 담보가치가 떨어지면 담보로 잡은 주식을 매도하는 것을 뜻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들어 반대매매로 최대주주가 바뀐 기업은 르네코, 영진코퍼레이션, 이코리아리츠 등 3개사였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현대페인트 한 개뿐이었다.

임도원/이유정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