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플레에 놀란 한은, 금리인하 검토
한국은행이 오는 12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연 2%인 기준금리를 내리는 방안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 최근 발표된 생산 소비 등 주요 지표가 나빠진 데다 마이너스로 돌아선 실질 소비자물가가 경제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올 들어 중국을 비롯한 주요국이 금리를 인하한 것도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5일 복수의 경제전문가에 따르면 한은은 이달 기준금리 결정을 앞두고 금리 인하 여부와 인하 때의 파장 등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에 금리를 내리면 기준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는 만큼 현 경기 상황에 대한 판단과 별개로 신중에 신중을 거듭하는 분위기다.

애초 동결이 유력시됐던 한은의 태도에 조금씩 변화가 보이는 배경에는 좀처럼 호전되지 않는 경제지표가 자리 잡고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달 17일 금통위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현 기준금리가) 실물경기를 제약하는 수준은 아니라고 판단한다”고 말했지만 최근 발표된 1월 광공업생산은 3개월 만에 감소세(-3.7%)로 돌아섰고 소매판매도 전월보다 3.1% 줄었다.

특히 슈퍼마켓(-19.5%)과 대형마트(-15.6%) 백화점(-9.9%) 편의점(-6.1%) 등 내수 주력 업종의 판매 증가율이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한은은 여기에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담뱃값 인상분을 빼면 사상 첫 마이너스(-0.06%)로 떨어진 것도 심각하게 여기고 있다. 한 경제전문가는 “지금 같은 여건이면 2월과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0% 안팎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디플레이션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선제 금리 인하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 4일 한 강연에서 “디플레이션 우려 때문에 큰 걱정”이라고 밝혔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