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정기 주주총회 시즌을 맞아 증시에서 퇴출 대상 상장사 명단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작년 결산 결과 극심한 불황을 이기지 못해 자본금을 까먹은 상장사들이 증시 퇴출 갈림길에 섰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재까지 내부 결산 결과 유가증권시장 5개 상장사가 자본잠식 등으로 상장 폐지 대상에 올랐다.

주로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어려움을 겪는 조선과 건설사들이 포함됐다.

STX중공업은 2년 연속 50% 이상 자본잠식으로 상장 폐지 대상에 올랐고 STX엔진도 작년 결산에서 전액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남광토건과 삼환기업, 신일건업 등 건설사들도 자본금이 전액 잠식 상태라고 공시했다.

자본금 전액 잠식은 증시 퇴출 사유가 된다.

남광토건과 삼환기업, 신일건업 등 건설사들은 지난해 영업손실을 내는 등 영업 악화가 지속되면서 작년 말 현재 자본금을 모두 까먹은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까지 코스닥시장 상장사 중에선 상장 폐지 사유가 발생한 곳은 아직 없다.

퇴출 대상에 오른 상장사는 이달 31일까지 자본잠식 등의 상장 폐지 요건을 없앴다는 사실을 입증하지 못하면 상장폐지 절차를 밟게 된다.

한국거래소는 그러나 자본확충 등의 폐지 요건을 해결했다는 입증 자료를 제출한 상장사에 대해선 별도의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를 거쳐 상장 폐지 여부를 결정한다.

심사는 예비심사와 본심사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35일에서 50일까지 걸린다.

12월 결산 상장사들은 2014회계연도 결산과 관련해 이달 31일까지 사업보고서를 제출해야 하며 정기 주주총회 1주일 전까지 감사보고서를 내야 한다.

내부 결산에선 자본잠식 등 상장 폐지 사유가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외부 감사 때 추가 부실이 드러나 퇴출 대상이 되는 상장사도 나올 수 있다.

현재까지 동부건설(79.8%)과 대한전선(97.4%), 대양금속(81.8%) 등의 상장사들도 2014회계연도 말 자본금이 50% 이상 잠식 상태에 빠졌다고 공시해 거래소로부터 투자 주의령을 받은 상태이다.

코스닥시장에선 현재까지 상장 폐지 대상에 오른 상장사는 한 곳도 없으나, 8개사가 관리종목 지정 우려 사유가 발생했다.

백산OPC와 파캔OPC, GT&T 등 3개사는 4년 연속 영업손실로, 아이디에스·고려반도체·코데즈컴바인 등 3곳은 최근 3년 중 2년 대규모 경상손실로 관리종목에 지정될 위기에 놓였다.

바른손이앤에이와 오리엔탈정공도 각각 매출액 30억원 미만, 자본잠식 50% 이상으로 관리종목 지정 우려 대상이 됐다.

이처럼 최근 몇 년간 불황이 지속되면서 영업 악화 등으로 증시에서 퇴출당하거나 관리종목에 지정된 상장사들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2010년부터 작년까지 최근 5년간 감사의견 비적정이나 자본잠식 등의 결산관련 사유로 상장 폐지된 상장사는 유가증권시장 32개사와 코스닥시장 110개사 등 모두 142개사에 이른다.

퇴출 사유로는 '의견거절' 등 감사의견 비적정이 59.2%로 가장 많았고 자본잠식(28.9%), 사업보고서 미제출(7.7%), 매출액 미달 등 기타(4.2%) 순이었다.

지난해에도 상장폐지 기업 24개사 중에서 13개사가 감사의견 비적정이나 자본잠식 등의 결산관련 사유로 증시에서 퇴출당했다.

산업계와 금융투자업계는 사업보고서와 감사보고서 제출을 앞두고 건설 등 업종 내에서 상장 폐지 대상 상장사가 더 나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보통 외부 감사를 받는 과정에서 퇴출 대상에 오르는 상장사가 많다"며 "투자자들은 결산관련 공시 내용과 감사보고서를 살펴보고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윤선희 기자 indig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