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3월 04일 23:17 자본 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코스닥 상장사인 플랜트 설비 제조업체 우양에이치씨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전격 신청, 채권단과 소수 주주들이 충격을 받고 있다. 앞으로 우량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과 투자 시스템도 빡빡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4일 채권단 등에 따르면 우양에이치는 지난 2일 수원지방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채권단 및 2대 주주(스틱인베스트먼트) 등에 자금 지원 요청 등을 전혀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병용 대표는 법정관리 신청 직전 “플랜트 시장 상황과 중장기 자금 흐름을 따져볼 때 자체적으로 금융권 채무 상환이 어렵다고 판단했다“는 이유를 채권단 등에게 설명했다. 우양에이치씨는 이날 “기업은행 포승공단지점에서 126억원 규모 전자어음을 결제하지 못해 부도처리했다”고 공시했다. 한국거래소도 우양에이치씨의 최종 부도에 따라 상장폐지한다고 이날 공시했다.

하지만 매년 200억원 이상 영업이익을 냈던 우량 중소기업이 법정관리를 전격 신청한 것에 대해 채권단과 소수 주주들은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주채권은행은 산업은행으로 수출입은행, 우리은행 등을 포함한 국내 은행권의 대출과 담보액(익스포저)은 3000억원 안팎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사는 2013년 수출입은행의 우량 중소기업 육성 대상인 히든챔피언으로 선정됐다.

채권단 관계자는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로 법정관리를 신청했다"며 “수출입은행의 히든챔피언이면서 지난해 대규모 사기 대출을 일으켰던 모뉴엘처럼 분식회계가 있는 지를 알아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채권단 관계자는 “최근 신규 수주 물량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법정관리를 신청한 이유가 궁금하다”고 전했다.

특히 유상증자로 회사 지배 구조와 재무상황이 개선된 시점에서 법정관리를 신청한 것도 의문점으로 제기됐다. 이 대표는 지난해 10월 제 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지분 24%를 가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급 보증 등을 포함하면 이 대표가 부담한 자금은 250억원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규 자금을 넣은 지 불과 6개월만에 대주주 지분 가치가 크게 훼손될 가능성이 높은 법정관리를 선택했다는 의미다. 지분 19%를 보유한 2대 주주인 스틱인베스트먼트 관계자는 “이 대표는 우양에이치 상황을 잘 아는 협력회사 대표로 거금을 투자했기 때문에 법정관리를 신청할 것으로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금융권에서는 지난해 모뉴엘과 같은 대규모 횡령 분식 사건이 중소 중견기업들의 자금난을 심화시켰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우양에이치는 전 대주주가 지난해 9월 회사 자금을 횡령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사실이 알려진 후 국내 금융회사들이 만기가 도래한 대출 연장 등을 꺼리면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우양에이치는 플랜트 수주시 지급 보증서를 발급해 선수금을 받는 영업구조기 때문에 자금 만기의 미스 매칭(불일치)이 어느 한순간 심각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사모펀드(PEF)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보고펀드와 H&Q코리아의 일부 투자 기업이 부실화된 데 이어 PEF들의 소유 지분을 사고파는 세컨더리 PEF에서도 첫 부실 투자가 발생했다”며 “PEF 업계에 대한 투자 심리가 악화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좌동욱/안대규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