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틴 빈터콘 독일 폭스바겐그룹 회장(오른쪽 두 번째)이 지난 3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모터쇼의 현대차 부스에 들러 신형 투싼 모델을 꼼꼼히 살펴보고 있다. 제네바=박수진 기자
마틴 빈터콘 독일 폭스바겐그룹 회장(오른쪽 두 번째)이 지난 3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모터쇼의 현대차 부스에 들러 신형 투싼 모델을 꼼꼼히 살펴보고 있다. 제네바=박수진 기자
독일 폭스바겐그룹의 마틴 빈터콘 회장은 2011년 10월 프랑크푸르트모터쇼 때 현대차 부스에 들러 준중형 해치백 i30를 살펴본 뒤 “우리는 왜 이렇게 만들지 못하느냐”고 동행한 임원들을 질타해 눈길을 끌었다.

빈터콘 회장은 당시 독일 북부 사투리의 원색적인 표현으로 임원들을 나무란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됐다. i30는 폭스바겐의 글로벌 주력 모델인 골프의 경쟁 차종으로, 한국 언론들은 빈터콘 회장의 발언을 인용해 현대차의 기술적 성과를 평가했다.

빈터콘 회장은 이듬해 프랑크푸르트모터쇼 때도 현대차 부스에 들렀으나 언론의 과도한 관심을 고려한 듯 하루 일과가 끝난 뒤 조용히 둘러봤다. 그날도 빈터콘 회장은 현대차가 내놓은 신차들을 유심히 만지고 작동해보며 장단점을 살폈다는 후문이다.

빈터콘 회장이 3년 만에 또다시 스위스 제네바모터쇼 현장의 현대차 부스를 찾았다. 빈터콘 회장은 3일(현지시간) 개막한 제네바모터쇼에서 오후 2시께 임원진 10여명과 함께 현대차 부스에 들러 현대차가 처음 공개한 3세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투싼을 꼼꼼히 살폈다.

그는 15분 정도 부스를 돌며 투싼의 보닛과 트렁크, 앞·뒤 문을 열어보고 직접 차량에 탑승해 계기판과 내부 디자인 등을 일일이 체크하며 임원들과 얘기를 주고받았다.

신형 투싼은 2012년 이후 3년 만에 새로 나오는 모델로, 매년 20% 이상 급성장하는 유럽 SUV 시장을 탈환하기 위한 현대차의 야심작이다. 유럽 SUV 시장의 강자인 폭스바겐의 티구안을 정조준하고 있다.

현대차는 티구안을 잡기 위해 디자인을 바꾸는 한편 2.0L 디젤 엔진 모델 외에 1.6L 가솔린 엔진과 1.7L 디젤 엔진 모델을 함께 선보였다.

또 유럽연합(EU)의 배출가스 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콘셉트 카로 △마일드 하이브리드 △1.7L 디젤 하이브리드 △1.7L 디젤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수소연료전지 등 친환경 라인 4개 모델도 함께 선보였다. 마일드 하이브리드 모델은 엔진에 붙는 모터를 간단한 모델로 만들어 붙여 하이브리드 모델보다 가격 부담은 줄이면서 연비는 10% 내외 향상시킨 약식 하이브리드 차량이다.

임병권 현대차 유럽법인장(전무)은 “이번에 선보인 투싼 모델들은 현대차가 2020년까지 개발하기로 한 22가지 종류의 친환경차에 속하는 차들”이라며 “친환경·고연비의 본고장 유럽에서도 얼마든지 경쟁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가 이날 공개한 투싼 마일드 하이브리드 모델과 디젤 하이브리드, 디젤 플러그인하이브리드 등 3종 친환경차에 대한 양산 준비가 이미 끝난 만큼 시장 상황을 감안해 조만간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제네바=박수진 기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