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산업 인수전에 뛰어든 호반건설이 인수의향서(LOI)를 내기 직전 금호산업 지분을 모두 매각했다. 주가 차익을 노린 인수전 참여라는 의혹을 해소하고, 인수 의지를 분명히 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호반건설 관계자는 4일 “금호산업 주식을 갖고 인수전에 참여할 경우 여러 가지 오해를 받을 수 있어 보유 주식 전량을 매각했다”고 밝혔다. 호반건설은 지난해 11월 주식시장에서 금호산업 지분 6.16%를 전격 매입해 금호산업의 유력 인수 후보로 부각됐다. 하지만 지난 1월 주식 일부를 매각해 공시 의무를 피하는 수준인 4.95%의 지분만 보유하고 있었다.

그동안 투자은행(IB)업계에는 호반건설의 금호산업 지분이 인수전에서 ‘꽃놀이패’가 될 것이란 시각이 많았다. 금호산업을 인수할 경우 인수 단가를 낮추는 효과가 있고 인수에 실패하더라도 주가 상승에 따른 차익을 거둘 수 있어서다. 호반건설은 금호산업 지분을 사고파는 과정에서 수백억원의 매각 차익을 챙겼다. 따라서 이번 주식 매각은 호반건설이 금호산업 인수전에 전력을 다하겠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형식적으로 인수를 추진하거나 인수를 중도 포기할 경우 시세 조종 또는 미공개정보 이용 등 불공정거래 혐의로 금융당국 조사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할 수밖에 없어서다. 호반건설은 우량 중견기업과 컨소시엄을 맺는 방안도 협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호반건설과 MBK파트너스, IBK투자증권-케이스톤파트너스컨소시엄, IMM PE, 자베즈파트너스 등 다섯 곳은 실사 참여를 위한 확약서를 매각 자문사에 제출했다. 이 확약서에는 ‘금호산업 지분 50%+1주에 대해 우선매수권을 가진 박삼구 회장과 컨소시엄을 맺지 않는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에 따라 호반건설을 비롯해 사모펀드들은 향후 박 회장의 컨소시엄에는 참여할 수 없게 됐다.

하수정/좌동욱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