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서 밀려나는 캐나다구스
국내에 고가 패딩 열풍을 몰고 왔던 캐나다구스(사진)의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다.

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캐나다구스는 최근 현대·신세계·갤러리아백화점 본점에서 잇따라 철수했다. 백화점 본점에 입점했는지는 패션 업계에서 브랜드의 ‘급’을 가늠하는 잣대로 통한다. 캐나다구스는 이번에 3개 매장을 정리하면서 롯데·현대·신세계·갤러리아 등 국내 4대 백화점 본점 중 단 한 곳에도 매장이 없는 브랜드가 됐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패딩 제품의 성수기는 겨울이지만 브랜드 가치가 높은 고가 제품은 사계절 내내 매장을 유지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몽클레르는 지금도 롯데·현대·신세계·갤러리아백화점 본점의 명품 밀집 구역에 매장이 있다. ‘청담동 패딩’으로 불리는 에르노도 현대·신세계·갤러리아백화점 본점, 배우 전지현이 입어 중국인 관광객(요우커)에게까지 알려진 미스터앤미세스퍼도 신세계백화점 본점에 각각 매장이 남아 있다.

업계에서는 매출 감소가 매장 철수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 것으로 보고 있다. 캐나다구스의 A백화점 연매출은 2013년 50억원이었으나 지난해에는 8억원(16%) 줄어든 42억원이었다. 이 백화점에 입점한 고가 패딩 브랜드의 지난해 매출은 2013년에 비해 45% 늘어났다. 캐나다구스는 B백화점에서도 지난해 매출이 2013년보다 15% 줄어들었다.

업계에서는 최근 몇 년 동안 노비스·무스너클·페트레이 등 경쟁 브랜드들이 급증한 게 캐나다구스 매출에 악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B백화점 관계자는 “프리미엄 패딩은 예전에는 몽클레르와 캐나다구스의 양강 구도였지만 지금은 춘추전국시대”라고 말했다.

청소년 사이에서 소장 가치가 떨어진 점도 매출 감소의 원인으로 꼽힌다. 한 의류업체 관계자는 “명품 패딩의 가치는 희소성에서 나오는데 병행수입·직구로 국내에 물량이 너무 많이 풀렸다”고 지적했다. 캐나다구스 대표 제품인 ‘엑스페디션 파카’는 국내에서는 125만원이지만 미국 온라인쇼핑몰인 아마존닷컴에서는 50만원가량 싼 684.99달러(약 75만원)에 판매돼 직구족의 인기 제품으로 자리 잡았다.

김선주 기자 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