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계속 둔화하고 있는 데 대해 우려하면서도 당장 디플레이션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지 않았다.

그러나 앞으로 소비 위축이 장기화돼 경기 침체가 더 심화되면 디플레이션 우려가 있는 만큼 경계심을 갖고 대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정부가 다양한 수단을 이용해 경제주체의 심리를 회복하고 물가상승 압력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물가 상승률이 둔화한 것은 유가가 떨어진 것도 원인이고, 2월에는 설이 있어 수요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둔화한 것은 소비심리가 그만큼 위축돼 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사람들이 지갑을 닫고 있는 것이다.

일본이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가계부채는 늘어나 소비여력이 없어진 상태에서 부동산거품이 꺼지면서 20년 경기침체가 됐는데, 우리나라도 가계부채가 많이 늘어났다.

이 때문에 소비여력이 없어지고, 앞으로 성장동력이 둔화될 것이라는 불안감 때문에 소비를 안하면서 디플레이션 우려도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디플레이션은 물가 상승이 마이너스가 되는 것으로, 소비침체가 아주 심각할 때 발생하는데, 아직은 마이너스까지 갈 정도는 아닌 것 같다.

생활 물가는 높아서 전셋값이나 식당 음식값 등은 오르고 있다.

앞으로 모든 경제상황을 봐야 할 것 같고, 물가 상승률이 낮아져 있다는 것은 과거와 상황이 다르다는 점에 대해서는 인식할 필요는 있다.

앞으로 경기침체가 더 심화되면 디플레이션 가능성도 있다고 봐야 한다.

물가가 하락하면 소비 심리 위축이 확산될 수 있다.

그런 심리가 확대되면 내수경기는 더 침체돼 디플레이션이 올 수 있다.

이에 앞으로 경제가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를 만들어주는 것이 정부나 한은의 역할이다.

◇김천구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저물가가 지속되는 이유 가운데 아무래도 물가를 구성하는 항목에서 공급쪽 요인인 유가하락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전날 발표됐듯 산업활동 등 투자 쪽의 물가상승 압력도 낮고 소비도 부진한 상태다.

다시말해 수요 쪽의 물가상승 압력이 매우 낮다.

기대인플레이션률은 2% 중반대 정도지만 그것조차 하락하는 추세다.

종합적으로 보면 물가상황이 좋지 않다.

담뱃세 인상 효과를 빼면 거의 0%다.

디플레이션의 가능성이 그렇게 높지는 않다.

정의하기에 따라 다르지만 국제통화기금(IMF)은 2년 이상 마이너스 물가상승률을 기록하는 경우 디플레이션으로 보는데, 이에 따르면 선진국 중에 해당하는 나라는 일본 외에는 없었다.

그렇지만 디플레이션의 덫에 한번 빠지면 쉽게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이 사실상 없다.

항상 경계심을 갖고 대비해야 하는 부분이다.

저물가가 지속되고 물가상승압력이 낮으면 경제주체들의 경제 활력이 떨어지고,자산시장과 경제성장에까지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어느 정도 물가가 올라줘야 근로자의 명목임금이 상승하는 효과도 나온다.

공급측 물가하락 압력 요인인 저유가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아직까지 한국 경제에 가시적인 플러스가 안되고 있다.

정부가 통화·재정정책 등 다양한 수단을 이용해 경제주체의 심리를 회복하고 수요측 물가상승 압력을 높여야 한다.

◇김동원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
현재 국내 경기는 디플레이션 우려가 있으나 침체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할 수는 없다.

현재의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 지표가 100 이상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저물가는 소비나 투자 위축에 의한 영향이라기보다는 유가 하락 등의 공급 요인이 더 강한 것 같다.

저물가를 공급이 주도하는 것이라면 소비자 입장이나 우리 경제에 나쁠 게 없다고 본다.

다만, 이 지표가 2011년 9월 이후 4년째 지속적인 하강 국면이라 디플레이션 우려를 불식시키지 못하는 것이다.

지금 전 세계가 벌벌 떠는 흑사병과 같은 공포가 바로 디플레이션이다.

유럽과 일본은 물가 상승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내 경기도 소비위축 장기화에 따른 디플레이션 조짐이 곳곳에 보이고 있다.

문제 극복의 핵심은 기준금리 인하가 아니라 실물경제의 역동성과 탄력성을 회복하는 데 있다.

정부가 보여주기식 단기적인 정책이 아니라 장기적인 구조개혁으로 경기 회복 대반전의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김두언 하나대투증권 연구원
공급 측면에서 국제유가 하락이 작용한 것과 별개로 수요 측면에서 더뎌진 부분이 작용해 1999년 이후 최저 물가를 기록했다고 본다.

지난해에는 설 연휴가 1월이었으나 올해는 2월이었다.

설 효과를 고려했을 때 2월 0.5% 상승은 기대보다 낮게 나온 셈이다.

예상보다 낮았다는 것은 국제유가 이외에 수요도 둔화됐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설 효과가 기대보다 거의 안 나타났다는 것이다.

3∼4월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더 내려갈 수도 있다고 본다.

이런 추세라면 한국은행의 올해 물가 전망치인 1.9%에 못 미칠 것이다.

지표가 나올수록 디플레이션 우려가 부각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물가가 하락하는 국면인 디플레이션이 우려되는 상황은 아니다.

다만, 물가 상승 모멘텀이 약화한 디스인플레이션 국면인 것은 맞다.

물가가 낮다고 확장적 통화정책 여력이 커졌다고 단정짓기는 어렵다.

다만 물가 하락과 함께 글로벌 환율전쟁이 거세진 가운데 한국 통화당국도 금리 인하 압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김태종 이지헌 김동호 홍국기 기자 taejong75@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