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조사에 따르면 ‘연금저축’이 2014년 인기 상품 중 하나로 포함됐다. ‘고령화사회’의 반영이다. 은퇴 이후 길어진 비경제활동 기간의 소득 확보 주요 수단으로 연금저축 투자를 선택한 것이다.

통계청의 ‘2014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를 보면 사람들은 은퇴 부부의 월평균 최소 생활비를 168만원, 적정 생활비는 246만원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잘 준비한 경우는 9.6%에 불과하고 53.4%는 ‘준비돼 있지 않다’고 응답했다. 실제로 은퇴가구의 63%는 생활비가 부족한 상황이다. 개인저축으로 마련하는 돈은 은퇴생활비의 7.2%에 불과하다.

왜 이런 상황일 수밖에 없는지는 자산 구성과 운용 현황을 보면 이해할 수 있다. 50대 가구의 평균 보유 자산은 4억3000만원, 부채는 8000만원으로 순자산은 3억5000만원이다. 자산의 74%(3억2000만원)가 거주 주택을 포함한 실물자산이고 금융자산은 1억1000만원으로 26%에 불과하다.
[금융상품으로 수익률 높이려면] 사망 전에 은퇴자산 먼저 바닥나는 '장수 위험'…예금줄이고 연금·주식 활용해 기대수익률 높여야
장수 위험, 기대수익률을 높여야 하는 이유

여유자금의 47%는 저축과 금융자산에 투자 중이다. 금융자산 투자의 주요 목적으로는 53.3%가 ‘노후대책’을 꼽았다. 금융자산 투자시 예금(91.6%)을 절대적으로 선호하고 개인연금(1.8%), 주식 및 펀드(4.7%)에 대한 투자 선호는 매우 낮다. 수익성(12.4%)보다 안정성(75.1%)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특성 때문이다. 절대적인 투자 비중을 차지한 예금 금리는 연 1.6~2.0%로 추락한 상황이다.

50대가 금융자산 1억1000만원을 은행 예금으로 운용하고 있다면 매월 약 15만8000원 정도의 소득이 발생한다. 이는 적정 생활비 246만원의 6.4%로 은퇴 생활비 중 개인저축으로 7.2%를 충당한다는 응답 비율과 비슷한 수준이다.

또 예금으로 주로 운용하는 은퇴용 금융자산의 기대수익률이 너무 낮다. 은퇴 자산이 많더라도 낮은 기대수익률로 운용한다면 장수 위험에 빠질 개연성이 높아진다. 장수 위험이란 단순히 수명의 문제가 아니라, 수명보다 은퇴 자산이 먼저 소진되는 경우를 말한다. 노후의 안정적 삶을 위해서는 현재 가치를 유지하거나 높일 수 있도록 투자 기대수익률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수익률 제고를 위해 생각해야 할 것들

기대수익률과 관련해 금리, 위험, 성장시장, 분산투자 등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첫째, 가장 투자 비중이 큰 예금은 충분한 기대수익률을 제공할까. 예금 금리는 연 2% 수준이다. 은퇴 자산의 최소 기대수익률은 금리에 물가를 더한 수준으로 보는 게 좋다는 판단이다. 정부의 물가안정 목표가 2.5~3.5%임을 감안한다면 은퇴 자산 최저 기대수익률은 연 4.5~5.5% 정도일 것이다.

반면 금리는 연 4% 이상 시대로 되돌아가기 힘들다. 2008년 금융위기 때처럼 일시적인 금리 상승은 있을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일본(0.3%) 미국(0.1%) 수준의 저금리를 따라갈 것이다.

둘째, 기대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위험은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할까. 수익은 위험에 대한 보상이다. 확정금리 상품은 수익률을 보장하지만 기대수익이 낮다. 기대수익률이 높은 상품은 성공하면 수익을 내지만 원금 손실의 위험이 따른다.

셋째, 국내 금융시장은 여전히 매력적인 적정 수익을 제공하는 성장시장일까. 고성장 국면에서 국내 투자는 당연하다. 해외 투자에 수반되는 위험을 추가로 감당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저성장 국면에서는 글로벌 성장시장에 분산투자하며 기대수익률을 높여야 한다. 2014년 -4%, 최근 3년 6% 수익률로 저성장한 국내 시장 대신, 최근 3년간 수익률이 높았던 미국과 중국에 분산투자했다면 수익률이 더 높았을 것이다. 물론 위험도 있었겠지만 말이다.

넷째, 분산투자는 늘 매력적일까. 폭락할 때 폭은 작지만 손실을 피할 수 없는 데다 시장이 급등할 때 상대적으로 대박이 나는 것도 아닌데 분산투자는 복잡하기만 하다고 말하는 투자자가 많다. 하지만 안정성만 생각해 예금을 고집한다면 장수 위험에, 수익성에 치중한 특정 주식 집중 투자는 손실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 확정금리 상품부터 투자형 상품, 국내 상품부터 해외 상품까지 적절한 분산투자는 안정성과 수익성의 균형을 맞출 수 있는 투자 방식이다. 실제로도 자산별 투자 성과는 매해 부침을 거듭하지만, 분산투자한 경우 위험도 분산된다는 점은 입증된다.

투자 목적 나누기와 금융상품 활용하기

투자 목적을 짚어 보는 것도 중요하다. 시기에 따라 결혼 준비, 주택 마련, 자녀 교육비, 노후자금, 증여상속자금 등 투자 목적은 다양할 것이다. 또 동일한 투자 목적을 가졌다고 해서 투자 방식이 같아서도 안 된다. 은퇴 자산의 투자 목적을 △최소 생활비 △적정 생활비 △여유로운 생활비 획득으로 세분할 수 있다. 세부 목적에 따라 분산투자 형태와 투자하는 금융상품도 달라져야 한다.

최소 생활비 168만원이 목적이라면 어떤 위기 상황에서도 반드시 얻을 수 있도록 투자해야 한다. 예금, 만기 매치형 채권, 파생결합증권(ELB), 원금보장 주가연계증권(ELS) 등 기대수익률이 낮지만 위험이 거의 없는 확정금리형 상품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야 할 것이다.

적정 생활비 246만원을 목표로 삼을 경우는 168만원을 초과하는 78만원을 추가로 얻기 위해 일정 수준의 손실 위험을 감수하는 투자형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야 한다. 국공채, 지수형 ELS, 혼합주식형 펀드, 자산배분형 펀드, 가치·배당 주식형 펀드, 헤지펀드, 롱쇼트펀드 등 중수익·중위험 상품을 활용하는 게 대안이다. 또 은퇴 자산 규모가 충분하지 않은 경우는 기대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국내 성장주식형 펀드, 해외 성장주식형 펀드에 일정 비율 분산투자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

여유로운 생활비인 357만원 이상을 노린다면 적정 생활비 246만원을 초과하는 111만원을 얻기 위해 기대수익률과 위험이 높은 상품을 선택해야 한다. 국내해외 주식형 펀드, 직접 주식투자, 선물옵션, 통화 투자, 금·은·석유·곡물 등 상품 투자를 고려해봐야 한다.

장수 위험과 기대수익률 높이는 금융투자

[금융상품으로 수익률 높이려면] 사망 전에 은퇴자산 먼저 바닥나는 '장수 위험'…예금줄이고 연금·주식 활용해 기대수익률 높여야
60세 전후 은퇴한 뒤 30여년을 더 사는 고령화 환경에서 장수는 해결해야 할 가장 주요한 위험 중 하나다. 한국 사람들은 저금리에도 불구하고 자산의 73% 이상을 부동산으로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주거 안정도는 높아지겠지만 노후 생활을 위한 자산은 부족해질 수밖에 없다.

금융자산의 92%를 예금 자산으로 보유하고 있는 상황도 개선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수명이 다하기 전에 자산이 소진되는 장수 위험은 급속히 높아질 것이다.

‘2014년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2013년 65세 이상 인구의 상대적 빈곤율은 48.1%에 달한다. 65세 이상 인구의 절반 수준이 실질적으로 장수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직장생활 초기부터 공적연금은 물론 연금저축계좌를 활용해 노후자산 쌓기를 시작하는 게 바람직하다. 예금부터 주식까지 다양한 특징을 가진 금융상품들을 노후 생활 니즈에 맞게 적정하게 분산투자해 기대수익률을 높이고, 장수 위험을 극복해 나가야 한다.

신상근 < 삼성증권 은퇴설계연구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