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봉구 기자 ] 캠퍼스가 기지개를 켜는 3월 새 학기다. 학사 일정이 본격 시작되는 봄 학기를 맞아 대학 총장이 대거 교체됐다. 특히 올해는 주요 대학 총장들의 면면이 새 얼굴로 바뀌어 눈길을 끈다.

3일 대학가에 따르면 올 들어 임기를 시작한 총장은 연임을 포함해 줄잡아 20여명에 달한다. 고려대(염재호) 성균관대(정규상) 한양대(이영무)를 비롯해 서울시립대(원윤희) 한국체육대(김성조) 덕성여대(이원복) 아주대(김동연) 인하대(최순자) 울산대(오연천) 등이 새 총장을 맞았다.
왼쪽부터 염재호(고려대) 정규상(성균관대) 이영무(한양대) 총장. 모두 올해 들어 취임했다. / 각 대학 제공
왼쪽부터 염재호(고려대) 정규상(성균관대) 이영무(한양대) 총장. 모두 올해 들어 취임했다. / 각 대학 제공
◆ '개척지성' '유쾌한 반란'… 경영화두 내놔

취임식과 3월 입학식은 새 총장들의 교육 철학이나 운영 방침을 선보이는 ‘쇼케이스’ 자리다. 신임 총장들은 이 자리에서 각양각색의 경영 화두를 던졌다.

3전4기 끝에 상아탑 수장에 오른 염재호 고려대 총장은 ‘개척하는 지성’을 새 롤모델로 내놨다. 개척자 정신의 사례로 실리콘밸리를 꼽은 그는 “대학에서 안정된 직장 취업만 기다리는 조직인을 양산하는 건 시대착오”라며 “더 이상 나약한 지성을 배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집단 내 경쟁을 통해 성공 사다리를 오르는 관료적 인재가 아니라 거친 광야에서 잠재력을 무한한 가능성으로 펼치는 개척자형 인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염 총장이 지난달 27일 취임식과 이달 2일 입학식에서 잇달아 개척하는 지성을 강조한 이유다.

김동연 아주대 총장은 지난달 초 취임식에서 제2창학을 위한 액션플랜으로 ‘유쾌한 반란’을 제안했다. 그는 “반란은 현실을 극복·변화시켜 바라는 미래를 만들고자 하는 가장 적극적 의지의 표현”이라며 “스스로 열정을 갖고 새 길을 열어야만 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고졸 출신으로 편견을 깨고 장관(국무조정실장)까지 오른 스스로의 ‘반란 경험담’을 설파한 셈이다.

◆ 업그레이드에 드라이브까지 '총장 리더십'

총장들은 대학의 특색을 살려 업그레이드 하거나 한층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연초 취임한 정규상 성균관대 총장이 내건 목표는 ‘진정한 글로벌 리딩 대학(Truly, Global Leading University)’. 성균관대의 기존 캐치프레이즈인 글로벌 리딩 대학을 계승·발전시키겠다는 취지다. 세부 실행전략으로 스마트·융복합·글로벌·소통의 4대 핵심 키워드가 더해졌다.

취임 일성으로 세계적 수준(월드 클래스) 연구력을 방향성으로 제시한 이영무 한양대 총장은 “연구경쟁력 강화와 활발한 산학협력을 통해 세계적 명문대로 도약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공계가 강한 학교와 응용과학 분야 권위자인 자신의 장점을 십분 발휘하는 내용이다.

연임에 성공, 3월부터 새로 2년 임기를 시작한 이용구 중앙대 총장은 학과제 폐지란 파격 승부수를 던졌다. 중앙대는 이 총장 취임 후 국내 대학 최초로 연구 실적이 저조한 교수를 징계하는 등 최근 대학가 개혁을 이끌었다. 2기 체제 출범을 맞아 또 한 번 혁신 행보에 나섰다.

중앙대는 지난달 26일 ‘학사구조 선진화 계획’을 공개하면서 “기존 학과제에선 학생들의 전공 선택에 제약이 있고 학과 간 장벽으로 새로운 융복합 학문 신설도 어려웠다. 이런 맹점을 없애기 위해 새로운 학사구조로 개편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국내 대학교육의 틀을 깨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도 했다. 다만 학내 반발이 거세 관철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왼쪽부터 이원복(덕성여대) 원윤희(서울시립대) 김동연(아주대) 오연천(울산대) 이용구(중앙대) 총장. 이용구 중앙대 총장은 연임. / 각 대학 제공
왼쪽부터 이원복(덕성여대) 원윤희(서울시립대) 김동연(아주대) 오연천(울산대) 이용구(중앙대) 총장. 이용구 중앙대 총장은 연임. / 각 대학 제공
◆ 시선 끄는 '화제의 총장'… 학교도 자동PR

신임 총장들 중에선 세간의 관심을 받는 화제의 인사가 여럿 눈에 띈다. 자연스레 학교 PR로 이어지는 부수적 효과까지 거뒀다.

‘먼 나라 이웃나라’ 시리즈 작가로 유명한 이원복 덕성여대 총장이 대표적이다. 최순자 인하대 총장은 학교 역사상 첫 여성 총장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작년 7월 임기를 마친 오연천 전 서울대 총장은 채 1년도 안 돼 다시 총장(울산대)이 됐다. 학교 발전 견인 성과를 인정받아 연임한 장제국 동서대 총장은 재단 설립자인 장성만 전 국회부의장의 아들이다.

수차례 연임하며 노익장을 과시하는 총장들도 있다. 경남대 총장은 1986년 취임 후 무려 24년간 롱런 중인 박재규 전 통일부 장관이다. 올해 또 한 차례 연임해 ‘장수 총장’ 기록을 이어가게 됐다. 설립자로 15년째 학교를 이끌고 있는 ‘국내 최고령 총장’ 김희수 건양대 총장(87)도 5번째 연임 기록을 세웠다.

원윤희 서울시립대 총장은 국세청 지하경제양성화 자문위원회(현재 세무조사 분과위로 통합) 위원장을, 박종구 초당대 총장은 교육부 제2차관을 각각 역임했다. 2년 가까이 공석 사태를 빚은 한체대 총장에 취임한 김성조 전 의원(3선)은 새누리당 정책위의장, 국회 기획재정위원장 등을 지낸 정치권 인사다. 정부 승인 절차가 필요한 국립대 특성상 ‘친박 낙하산 인사’란 학내외 비판을 받았지만 2일 취임 기념 비전선포식을 열고 새 출발의 각오를 다졌다.

한경닷컴 김봉구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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