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株' 아모레퍼시픽 액면분할…1株 286만원→28만6000원
올 들어 300만원까지 치솟았던 대표 ‘황제주’ 아모레퍼시픽이 액면가 5000원짜리 주식을 500원으로 액면분할하기로 했다. 주가는 10분의 1로 떨어지지만, 주식 수는 10배 늘어난다. 절대 주가가 비싸고 유통 물량이 적어 주식을 사지 못했던 개인투자자들에게도 매수의 길이 열렸다. 주당 100만원이 넘는 삼성전자 등 다른 황제주들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주가는 10분의 1, 주식 수는 10배로

3일 아모레퍼시픽과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임시이사회에서 주당 액면가액을 5000원에서 500원으로 분할키로 했다고 공시했다. 분할 대상은 아모레퍼시픽과 아모레G의 보통주와 우선주다. 다음달 22일부터 5월7일까지 매매가 정지된 뒤 새로운 가격으로 거래된다. 매매정지 직전 가격이 300만원일 경우 다음 재상장 기준가는 30만원이 되는 식이다. 발행 주식은 보통주 5845만8490주, 종류주 1055만7830주로 분할 전보다 각각 10배씩 늘어난다.

아모레퍼시픽 측은 “유통 주식 수 확대로 유동성 개선과 거래 활성화를 꾀하기 위해 액면분할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날 아모레퍼시픽 주가는 장중 326만6000원까지 치솟는 등 급등세를 보이다 0.39% 상승한 286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8월 처음으로 200만원을 넘어섰던 아모레퍼시픽은 6개월 만인 지난달 24일 장중 300만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비싼 주가 때문에 거래가 부진, 하루 평균 거래량은 1만주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선 액면분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삼성전자 등도 액면분할 할까

지난해 이후 액면분할을 실시한 종목은 영풍제지 등 7개다. 이들 종목은 주가가 비싸지 않기 때문에 매수 부담이 적어 액면분할 효과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했다. 하지만 대표 황제주 아모레퍼시픽의 결정은 삼성전자, 롯데제과 등 다른 초고가주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어 투자자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게다가 최근 한국거래소가 액면분할을 유도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 도입을 적극 추진하고 있어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오는 6월까지 한국판 다우지수인 ‘KTOP30지수’를 마련키로 한 것이 대표적이다. KTOP30지수는 시가총액 방식의 코스피지수와 달리 주가평균 방식 지수를 산출한다. 일정 수준의 매출뿐 아니라 거래량이 확보돼야 지수에 편입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선 삼성전자 등의 액면분할이 곧 이뤄질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단일순 한국거래소 시황분석팀장은 “KTOP30지수 등을 적극 추진하고 추가 유도 방안도 마련 중”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측은 “액면분할에 대해 충분히 검토하고 있으나 이에 따른 파장이 클 수 있는 만큼 다양한 사항을 고려해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김희경/허란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