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법, 소위 김영란법이 논란 끝에 국회를 통과했다. 위헌 여부는 고사하고 내수경기가 박살나며 정작 19대 국회의원은 대상자에서 배제되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고위 공직의 은밀한 동업자적 부패고리를 해체하고 그동안 명확하지 않았던 포괄적 뇌물을 구체화하자는 당초 취지는 슬그머니 약화되고 말았다. 김영란법 제정은 2011년께 직무 관련성이 없다는 이유로 처벌을 피해간 ‘벤츠 여검사’ 등 사건으로 여론이 악화되면서 시작됐다. 정치권은 자신들도 대상이 되는 이 법안 통과에 소극적으로 시간을 끌어오다 세월호 사건 등으로 여론에 밀리자 부랴부랴 입법을 추진해왔다. 놀라운 것은 여야가 당초와는 전혀 다른 기이한 법을 만들어냈다는 사실이다.

‘형벌 명확성의 원칙’ ‘과잉금지의 원칙’ 등 헌법의 핵심가치를 위배하고 있다는 지적은 어물쩍 무시됐다. 15개 부정청탁 유형은 일일이 판단하기 어려워 위헌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상민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조차 ‘선정주의적 포퓰리즘’이요 ‘졸렬입법’이라고 하는 판이다. 입법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려는 꼼수와 기지가 번뜩이는 희한한 법안이 되고 말았다. 공법상 권력관계란 ‘국가와 기타 행정주체에 대해 공권력의 주체로서 개인에 대해 우월적 지위를 인정하고 그에 따르는 행위에 특수한 법적 효력을 인정하는 법률관계’로 정의된다. 즉 각종 인허가, 규제, 처벌 등의 권한을 갖고 있는 고위 공무원 등을 규제하자는 것이 당초 이 법안의 취지였다. 그런데 대상자가 사립학교 교원, 언론사 기자 등으로 확대되는 물타기 작전이 벌어졌다.

이 법이 시행되면 피해는 엉뚱하게 자영업자들이 볼 것으로 우려된다. 대상자 300여만명에 대한 선물도 식사도 접대도 골프도 금지되면 내수경기는 더욱 얼어붙을 것이 확실하다. 벤츠 여검사를 보며 개탄하던 시민들이 오히려 이 법의 1차 피해자가 되어먹게 생겼다. 고위 공직자들의 부패연대를 차단하자는 부패방지법을 졸지에 전 국민 부패방지법으로 둔갑시키는 이런 기발한 국회를 어찌해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