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Biz] "밥값 1만원도 아깝다"…허리띠 졸라매는 대형로펌
지난달 대형 A로펌(법무법인)은 연봉체계를 조절하는 방식으로 어소 변호사(associate·5, 6년차 이하 주니어 변호사)들의 임금을 낮췄다. 월 850만원 안팎으로 고정급이던 연봉에서 기본급을 줄이고 3개월마다 성과를 평가해 인센티브 형식으로 종전 연봉의 15%까지 지급하는 방식으로 변경했다. 하지만 어소 변호사들은 성과를 내기 어려운 만큼 월급이 사실상 720만원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작년에 대형 B로펌이 이 제도를 도입한 이후로 이런 추세가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해외유학 지원 중단 등 우회적으로 예산을 아껴온 대형로펌들이 월급봉투에 손을 대고 구조조정 카드까지 꺼내는 등 비용절감에 본격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출혈 경쟁…M&A 자문료 반토막

한때 대형 로펌의 캐시카우로 통했던 인수합병(M&A) 관련 법률 자문료가 최근 3년 사이에 반토막이 났다.

한 대형 로펌은 최근 모 대기업에 연 매출 2000억원 규모의 회사를 인수하는 법률 컨설팅을 해주면서 약 2000만원의 자문료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여기에는 실사에 드는 비용과 계약서 작성 등 온갖 비용이 포함됐다. 또 다른 대형 로펌은 증권사의 200억원 프라이빗에쿼티(PE) 자문료로 2000만원 상당을 받았다. 두 사례 모두 2~3년 전까지만 해도 자문료로 2억원은 족히 청구했을 것이란 게 업계의 관측이다.

대형 로펌 M&A 분야의 한 파트너 변호사는 “과거엔 100억원 이하의 M&A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는데 로펌마다 파트너 변호사들이 늘어나면서 마지노선이 사라졌고, 로펌마다 서비스 수준도 비슷해져 덤핑 경쟁이 불붙게 됐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형사 사건을 제외한 모든 영역에서 덤핑 경쟁이 심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1만원 밥값 없애고 파트너 감축

로펌 간 출혈경쟁에 따른 ‘내상’은 소속 변호사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지고 있다. 6대 대형로펌의 한 대표 변호사는 “1~3년차 변호사의 월급은 500만원 정도가 적정한 수준”이라며 “고정급인 기본임금은 계속해 줄여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대형로펌은 평일 저녁, 주말이나 공휴일 점심 저녁에 변호사에게 1만원씩 주는 밥값을 없애기로 했다.

이 로펌 관계자는 “보통 한 달 내내 야근하기 때문에 적지 않은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파트너 변호사라고 한파를 비켜갈 수는 없다. 6, 7년차 고참이 되면 자동적으로 파트너로 승진하는 관행은 작년부터 깨지기 시작했다.

한 대형로펌에선 대상자 상당수가 승진에서 탈락하면서 어소 변호사 회의가 열리는 등 내부반발이 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대형로펌은 파트너 변호사에 대한 보상 시스템 정비를 새해 목표로 정했다. 대형로펌 중 한 곳은 올해 사건을 수임하지 못하거나 내부 평가가 좋지 않은 변호사 등 전체 파트너의 10%를 내보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성 내실 다질 때” 한목소리

변호사업계는 “변호사 숫자 경쟁으로 인한 출혈이 작년부터 터지기 시작했다”며 “양적 성장이 아니라 질적 성장을 추구할 때가 됐다”고 지적한다.

상당수 로펌이 2년 전에 비해 작년 변호사 1인당 매출이 줄었지만 광장과 율촌은 오히려 증가했다. 율촌은 변호사 1인당 매출이 6억8000만원으로 김앤장과 더불어 수위를 다툰다. “덩치를 키우기보다 내실을 다져가겠다”는 우창록 대표변호사의 경영전략이 효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다. 광장도 변호사 1인당 매출이 2012년 5억3000만원에서 작년 5억9000만원으로 늘었다.

임성우 광장 변호사는 “지난해 매출(2000억원)이 전년 대비 200억원 정도 늘어났다”며 “20년 이상 꾸준히 추구해온 전문성으로 성장을 견인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광장에는 30여개의 전문팀이 활동하고 있다.

배석준 기자 eul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