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원 김홍도의 ‘노매함춘’(老梅含春·29.5×36.5cm)
단원 김홍도의 ‘노매함춘’(老梅含春·29.5×36.5cm)
매화는 혹한을 이겨내고 가장 먼저 봄을 알리는 야무진 꽃나무다. 그래서 매화를 ‘군자의 꽃’이라고도 부른다. 옛 선비들은 집단에 함몰되지 않고, 고결하고 주체적인 삶을 매화에서 배우고 싶었던 것이다.

조선시대 화가 단원 김홍도 역시 매화를 유달리 사랑했다. 그의 만년작 ‘노매함춘(老梅含春)’은 봄날 존재감을 드러내는 매화의 의미를 붓끝 예술로 승화한 대표적인 그림이다. 농묵으로 표현한 나무 둥치와 곁가지를 상단으로 뻗어내고, 주변에 잡목들은 윤곽선을 이용해 아예 없애거나 작게 그렸다. 꽃망울을 머금은 가지의 부각을 꾀한 것이다. 아직 채 만개하지 않은 굵직한 매화 가지에 노년의 초탈한 심회가 잘 녹아 있다. 화면 우측에는 ‘노간함춘의 소지대옥화(老幹含春意 疏枝帶玉花·늙은 둥치는 봄빛을 머금었고 성근 가지에 옥 같은 꽃이 피었네), 주완명월상 이영와사창(酒暖明月上 移影臥紗窓·술 익고 달 밝은데 매화 그림자 창에 비치네)’이라는 발문과 함께 단구(丹邱)라는 단원의 호가 적혀 있다. 매화 사랑을 시적 내재율에 담아낸 단원의 굵고 대담한 필치, 화면을 장악한 공간 운용 등에서 대가다운 면모를 느낄 수 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