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결제 시장 뛰어든 삼성…애플·구글과 '핀테크 삼국지'
스마트폰의 대중화로 가방 속 많은 소지품이 사라졌다. MP3플레이어 게임기 책 수첩 등이다. 다음 대상은 지갑이 유력하다. 모바일 간편 결제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세계 모바일 결제 거래액은 올해 1260억달러(약 140조원)에서 2017년 2200억달러(약 240조원)로 두 배 가까이로 성장할 전망이다.

스마트폰 시장을 지배해온 강자 삼성전자, 애플, 구글은 올해 모바일 결제 시장에서 격돌한다. 삼성전자는 1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연 스마트폰 신제품 갤럭시S6와 갤럭시S6 엣지 공개 행사에서 새로운 모바일 결제 서비스 삼성페이를 발표했다. 작년 10월 애플이 내놓은 애플페이에 맞불을 놓은 것이다. 구글도 자체 모바일 결제 서비스인 구글월렛을 내세워 모바일 결제 시장 선점을 위한 각축전에 나서고 있다. 공룡들이 모바일 결제에 일제히 뛰어든 것은 간편 결제가 스마트폰의 킬러 콘텐츠(핵심 기능)가 될 것으로 보고 있어서다.

◆범용성 내세운 삼성페이

잠금 해제 후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 실행, 지문 인식 후 결제 기기에 갖다 대면 결제 끝. 삼성페이의 결제 방식이다. 간편하다. 더 큰 장점은 범용성이다. 최근 인수한 미국 벤처기업 루프페이의 마그네틱 보안 전송(MST) 기술을 적용했다. 스마트폰을 마그네틱 신용카드 결제기 근처에 갖다 대면 기기 간 통신을 통해 결제가 이뤄진다. 상점들이 애플페이처럼 별도의 근접무선통신(NFC) 결제 단말기를 설치하지 않고, 기존 장비를 그대로 이용한다. 미국은 물론 한국 전체 상점의 90% 이상에서 쓸 수 있다. 후발 주자지만 전세를 역전시킬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CNN은 “애플페이, 구글월렛과 달리 마그네틱 결제기로 작동하는 것은 혁신”이라며 “사실상 모든 신용카드가 여전히 마그네틱 결제기를 사용하고 있어 빠르게 보급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선 마그네틱 카드의 보안이 취약하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삼성전자는 이 문제를 3중 보안 장치로 해결했다. 먼저 신용카드를 스마트폰에 등록한 뒤 암호화한 카드 정보가 결제 단말기와 통신하도록 했다. 토큰화 기술이다. 여기에 지문 인식과 삼성 모바일 보안 플랫폼 녹스를 더해 안전성을 강화했다. 삼성페이는 올여름 미국과 한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한다.

◆애플·구글과 ‘페이 전쟁’

모바일 결제 전쟁의 불을 지핀 것은 애플이다. 작년 10월 지문 인식과 NFC 방식의 애플페이를 시작했다. 애플 계정에 연동된 신용카드 정보를 아이폰6에서도 쓸 수 있게 한 서비스다. 가맹점의 NFC 전용 결제 단말기에 아이폰을 갖다 댄 뒤 지문을 인식하면 결제가 완료된다. 아직 한국에서는 쓸 수 없다. 미국에서도 확산 속도가 빠르지는 않다. 상점이 별도의 결제 단말기를 마련해야 해서다. 미국 전체 상점의 2~3% 정도(22만여개)에서만 이용 가능하다.

모바일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전략적 파트너 관계를 맺고 있는 구글도 경쟁에 가세했다. 구글은 자체 모바일 결제 서비스인 구글월렛을 안드로이드폰에 우선 적용하겠다고 지난달 23일 발표했다. 구글은 미국 주요 통신사인 버라이즌, AT&T, T모바일이 판매하는 안드로이드폰에 구글월렛을 기본 적용한다.

바르셀로나=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