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2015 상반기 공채] 자기소개서 첫 문장에 올인하라
“우리 회사에 지원한 동기가 뭔가요.” “우리가 당신을 뽑아야 하는 이유를 말해보시오.”

최근 방송 드라마에 나온 입사 면접 장면이다. 주인공은 “좋은 대학을 나오지 못한 열등감이 오늘날 나를 성장시킨 원동력이었다”며 면접 중인 그 회사에서 아르바이트한 얘기를 꺼낸다. 지원자가 경험을 토대로 자신 있게 답변하자 면접관들은 모두 감동한다.

드라마에서 면접관이 입사 지원자에게 한 질문은 ‘입사 동기’와 ‘직무 역량’으로, 이는 대기업 자기소개서(자소서)에 단골로 등장하는 질문이기도 하다. 이종성 롯데백화점 인사팀장은 “자소서의 지원 동기는 구체적으로 표현할수록 좋다”며 “스토리와 숫자를 넣으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상반기 주요 대기업의 공채가 시작됐다. 한국경제신문이 각 기업 인사담당자들에게 ‘자소서 질문 의도’를 물었다. 기업 채용담당자가 말하는 ‘자소서 작성 팁’을 공개한다.
[응답하라! 2015 상반기 공채] 자기소개서 첫 문장에 올인하라
첫 문장이 중요하다

김은배 기업은행 과장은 ‘첫 문장을 잘 써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지난달 9일 열린 한경 잡콘서트에서 취업준비생들을 직접 만난 김 과장은 “하루에도 수백장의 지원서를 봐야 하는 인사담당자의 눈길을 붙잡으려면 첫 문장에서 자신을 확실히 드러내되 너무 어렵게 쓰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대학생들의 경험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수차례의 수정이 필요하다”고전했다.

올 상반기 200명 안팎의 신입사원을 뽑는 기업은행은 시즌마다 자소서 질문 항목을 바꾼다. 하지만 골격은 똑같다. 지난해 하반기 자소서 항목은 △본인만의 스토리텔링과 직무역량 △본인의 경쟁력 정의와 그 이유 △가장 관심 많았던 전공 관련 활동이나 성취 결과 △타인과의 관계에서 후회했던 상황과 극복 과정 △내 삶의 전환점이 된 순간 △은행 업무를 위한 필요 역량과 이를 위한 준비 △학창 시절 좋았던 선택과 좋지 않았던 선택 등이다.

컨트롤C, 컨트롤V는 절대 금물

[응답하라! 2015 상반기 공채] 자기소개서 첫 문장에 올인하라
이 팀장은 “인터넷에 나오는 화려한 수식어나 뜬구름 잡는 뻔한 지원 동기를 쓰면 안 된다”며 “자소서 작성 때 지원자들이 흔히 범하는 ‘컨트롤C(복사)’ ‘컨트롤V(붙여넣기)’는 치명적인 잘못”이라며 말했다. 또 “회사명을 정확히 적는 것은 지원 회사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라고 강조했다.

이 팀장은 어떤 계기로, 어떤 꿈을 이루기 위해 지원하게 됐는지 구체적으로 써야 한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면 롯데그룹은 자소서에서 △지원 동기 △성장 과정 △사회활동 △직무 경험 △입사 후 포부를 묻는다. 성장 과정 항목은 자라면서 배운 것, 그것이 삶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묻는 것으로 어학연수와 동아리 회장 경력, 공모전 수상 등을 단순 나열해선 곤란하다.

이 팀장은 또 “사회활동은 학업 이외에 관심과 열정을 갖고 경험한 것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을 적어야 한다”며 “동시에 그런 경험이 지원 회사에서 요구하는 역량이나 인재상과 부합하면 좋다”고 말했다. 입사 후 포부를 묻는 질문에선 회사의 목표와 비전이 지원자가 추구하는 것과 일치하는지가 핵심이다.

자신의 열정과 경험을 증명하라

지은구 CJ푸드빌 채용부장은 지난해 하반기 공채 때 △직무 이해도와 적합도 △지원 동기 △개인의 성장 가능성 세 가지를 물었다고 전했다. 그는 “첫 번째 직무 질문은 CJ푸드빌의 대표 직무인 스토어매니저가 레스토랑에서 만나는 음식·인테리어·음악과 매장 분위기, 서비스를 통해 고객들에게 어떤 만족감을 줄 수 있을지 고민한 내용을 쓰면 좋다”고 설명했다. 고객 입장에서 생각하는 지원자인지를 보려는 질문이라는 것이다.

지원 동기 질문은 왜 이 직무를 하고 싶은지, 그리고 업종에 대한 이해도가 어떤지, 어떤 실질적인 준비를 했는지를 알아보기 위한 것이다. 지 부장은 “준비 과정에서 어려움을 이겨낸 경험과 앞으로 직무 수행 과정에서 어떻게 행복을 느낄 수 있을지 충분히 고민하고 성찰한 뒤 자소서를 작성하면 좋다”고 말했다.

회사는 학교 동아리가 아니다

안은정 이랜드 인사팀장은 잘못된 자소서의 대표 사례로 “그냥 책임감 있고 성실한 지원자라고 쓰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패션 분야 지원자가 옷과 패션 사업에 대한 내용은 없이 단지 가슴 뛰는 열정만 내세워 뽑아 달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며 “그보다는 어떤 장애물을 만나도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는 사람이구나 하는 인상을 주는 게 좋다”고 전했다. 이어 “회사는 학교 동아리와 다른 비즈니스인 만큼 정말 이 일을 통해 성과를 낼 수 있는 사람인지를 보고자 한다”고 했다.

이랜드의 자소서 항목은 △삶의 비전 △자신만의 기질 △추천하고 싶은 책 △지원 동기 △즐겨 찾는 인터넷 사이트 등 9가지다. 후배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 3권에 대한 질문은 지원자의 라이프 스타일을 통해 좋아하는 분야와 관심사를 알아보기 위한 것이다. 안 팀장은 “단순히 최근 이슈가 되는 베스트셀러를 골라 적는 것은 감점 요인”이라고 말했다.

[응답하라! 2015 상반기 공채] 자기소개서 첫 문장에 올인하라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

협찬: S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