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인수를 전문으로 하는 보고펀드는 최근 한국토지신탁 인수전에 참여하기 위해 사모펀드(PEF)를 조성하면서 1주일 만에 700억원을 모았다. LG실트론 투자 손실 때문에 기관투자가들에 ‘문전박대’를 받던 터라 업계는 놀랐다. 개인 시장으로 눈을 돌린 이재우 보고펀드 대표의 선택이 적중했다. 200억원을 넣기로 한 재력가를 비롯해 개인투자자 6~7명이 모였다. 개인 돈으로 조성된 ‘개미형 PEF’의 첫 등장이다.

[마켓인사이트] 개인 돈 모아 기업 인수…'개미형 PEF'시대
기업 경영권을 인수하거나 지분에 투자하는 PEF가 기관투자가의 전유물에서 개인 투자 상품으로 진화하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PEF에 투자하는 공모펀드 형태로 서민들도 간접 투자할 수 있는 길을 열기로 함에 따라 개인자금의 PEF 유입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증권회사나 은행에서 파는 공모펀드에 가입하면 자산운용사가 모인 돈을 PEF에 투자하는 것을 허용하는 방안을 ‘자본시장과 금융투자 법률’ 개정안에 포함했다”고 말했다.

PEF업계 관계자는 “유럽은 은행이나 증권사의 개인 프라이빗뱅킹(PB) 고객이 PEF의 주요 출자자”라며 “한국도 이 같은 방향으로 갈 것”으로 내다봤다.

[마켓인사이트] 개인 돈 모아 기업 인수…'개미형 PEF'시대
사모펀드(PEF)가 거액 자산가들의 재테크 상품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아직 초기 단계다. 그러나 금융위원회가 PEF 설립 규제를 완화해 개인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길을 대폭 터놓기로 함에 따라 조만간 ‘봇물’이 터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연금과 공제회 등 기관투자가가 출자자로 포함돼 있어야 펀드 등록을 해 주던 관행을 없앨 것”이라며 “지난해 하반기 금융위가 국회에 제출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이 통과되면 펀드 등록도 사후 보고로 바뀐다”고 전했다. 49인 이하로 5억원 이상 투자하는 개인 및 법인만으로 정부의 사전 검사 없이 PEF를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금융위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일반 서민도 PEF에 돈을 넣을 수 있는 방안을 개정안에 포함했다. 증권사나 은행에서 판매하는 공모펀드에 가입하면 운용사가 모인 돈을 PEF에 넣는 방식이다. 이 개정안은 국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심사 중이다.

이에 따라 증권, 자산운용, 투자자문사들은 앞다퉈 PEF 운용사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키움증권은 지난해 PEF 사업을 하고 있는 우리자산운용(현 키움투자자산운용)을 인수한 데 이어 사내에 별도로 PEF를 두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한화금융그룹도 마찬가지다. 한화인베스트먼트가 PEF 사업을 하고 있지만 지난해 한화자산운용 내에도 PEF 사업부를 설립했다.

개미형 PEF 성장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도 있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지금까진 국민연금 등 대형 기관들이 자체적으로 검증한 뒤 자금을 댔기 때문에 PEF들이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며 “검증 능력이 상대적으로 뒤처지는 개인이 투자할 경우 사고가 날 개연성이 크다”고 말했다. 우후죽순처럼 생기는 PEF 운용사들의 불완전 판매 행위를 막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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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